“빅테크, 감가상각 기간 늘려 실적 부풀렸다”

2025-11-17 13:00:02 게재

'빅쇼트' 버리 “비용 1760억달러 과소계상”

"11월 25일 전후로 추가 분석 공개" 예고

‘빅쇼트’의 마이클 버리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회계 처리 관행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메타·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오라클 등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AI 인프라 기업)들이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의 감가상각 기간을 지나치게 늘려 이익을 부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회사 공시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2020년 3~4년이던 장비 사용 가능 연한을 올해 5~6년까지 확대해 왔다. 버리는 AI 서버와 엔비디아 칩의 실제 교체 주기가 2~3년에 불과한 점을 들어 “기술 변화 속도와 맞지 않는 조정”이라고 비판했다.

버리는 이러한 조정으로 2026년부터 2028년까지 감가상각 비용이 총 1760억달러 과소계상될 것이라는 추산도 내놨다. 그는 이에따라 “오라클의 2028년 순이익은 26.9%, 메타는 20.8% 부풀려질 것”이라고 주장하며, 대규모 설비투자에도 불구하고 비용 인식이 뒤로 밀리면서 실적이 실제보다 좋아 보이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감가상각 논란은 팔란티어(PLTR) 공매도 논쟁과 맞물리며 더 큰 주목을 받았다.

CNBC가 그가 9억1200만달러어치 풋옵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하자, 버리는 “1.84달러에 5만 계약을 사 총 920만달러를 썼을 뿐”이라며 “보도된 숫자는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팔란티어의 알렉스 카프 최고경영자(CEO)가 인터뷰에서 버리를 겨냥해 “시장조작 의심”을 언급하자 그는 “카프와 팔란티어의 ‘온톨로지’가 간단한 13F 공시도 해석하지 못한다”며 “정보가 불충분할 때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것이 어떤 엄밀한 모델에서도 기본 원칙”이라고 맞받아쳤다.

이번 논란이 더욱 화제가 된 이유는 공매도 투자자인 버리의 상징적 위상 때문이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직전 미국 주택시장 붕괴를 예견해 유명해졌고, 마이클 루이스의 저서 ‘빅쇼트’와 동명 영화에서 기행적이지만 날카로운 분석가로 그려지며 대중적 영향력을 확보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팔란티어는 개인 투자자 비중이 큰 대표적인 AI 관련 종목으로, 버리의 공매도 소식이 알려진 뒤 주가가 8% 가까이 밀릴 정도로 시장의 반응도 컸다. AI 열풍 한가운데서 버리의 지적이 나오자, 시장에서는 “AI 투자 붐의 민감한 균열”이라는 해석까지 등장했다.

버리는 이후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차트에서도 감가상각 과소계상이 빅테크 실적뿐 아니라 AI 투자 붐 전체를 과장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지표는 ‘S&P500 기업의 순투자(총 설비투자에서 감가상각을 뺀 값) 대비 미국 명목GDP 비율’로, 최근 수치가 닷컴 버블(2000년), 주택 버블(2007년), 셰일 붐(2014년)과 비슷한 고점대에 다시 올라섰다.

그는 “감가상각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실제 투자보다 과장돼 보인다”며 “모든 반론을 뒤집는 차트”라고 설명했다. 또 “11월 25일 또는 그 이전에 후속 분석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하며 빅테크 회계 관행에 대한 추가 폭로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버리가 SEC 등록을 최근 말소하고 사실상 패밀리오피스 체제로 전환한 뒤, 보다 자유로운 방식으로 AI 투자 열기와 회계 투명성 문제를 연이어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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