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중동·아프리카에서 ‘AI·방산외교’
G20정상회의 계기 4개국 순방 출국
‘중동구상’ 공개 … 다자외교 마무리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오전 아프리카·중동 4개국 순방을 위해 출국했다. 이 대통령은 오는 21~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아랍에미리트(UAE)·이집트·튀르키예 등까지 총 4개국을 방문한 후 26일 귀국할 예정이다.
G20 정상회의는 주요7개국(G7)은 물론 멕시코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호주가 속한 믹타(MIKTA),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유럽연합 아프리카연합 등 21개 회원이 참여하는 국제경제협력 최상위 포럼이다. 이번 회의는 G20 정상회의 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 지역에서 개최된다. 회의 주제는 ‘연대, 평등, 지속가능성’ 등이다.
지난 9월 유엔총회, 지난달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다자주의 정신을 강조해 온 이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도 ‘글로벌사우스’로 외교를 다각화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 정상들이 모두 참석하지 않지만 굳이 먼 길을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아프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로 다변화 다각화해 나갈 것”이라면서 “주최국인 남아공은 물론 아프리카에 대한 연대와 협력, 그리고 아프리카 발전에 기여할 의지를 밝힐 것”이라고 정상회의 참석의 성과를 기대했다.
정부 출범 12일 만에 참석했던 G7 정상회의에 이어 올해 마지막 다자회의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위 실장은 “G7을 시작으로 뉴욕의 유엔 총회, 쿠알라룸푸르의 아세안을 거쳐 경주 APEC까지 숨가쁜 다자 여정을 거쳐 왔다”며 “이번 G7 정상회의는 이재명정부의 금년도 다자 외교 여정을 마무리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오는 2028년에 G20 정상회의를 주최할 예정이다.
G20 정상회의 참석을 전후해 방문하는 UAE, 이집트, 튀르키예에선 방위산업과 K-컬처 산업과 관련한 협력을 꾀할 예정이다.
특히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략경제협력 특사로서 UAE에 먼저 도착해 인공지능(AI)·방산·기술·에너지·물류 등 분야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중이다. 강 실장은 16일 페이스북 글에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을 예방해 양국 간 협력관계를 한단계 높이고자 하는 뜻이 담긴 대통령 친서를 직접 전달했다”고 밝혔다.
19~21일 방문하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이 대통령은 엘시시 대통령과 정상회담과 카이로대학 연설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특히 이 대통령은 카이로대 연설을 통해 한국정부의 중동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이번 순방의 마지막 국가인 튀르키예에서는 24~25일 국빈방문 일정을 소화한다. 6.25 전쟁에 유엔참전국 중 4번째로 많은 병력을 보낸 ‘형제의 나라’인 튀르키예에선 방산·원전·바이오산업 분야 등에서 양국 관계를 심화시킨 후 25일 귀국길에 오른다.
위 실장은 “UAE 이집트 튀르키예는 중동의 핵심 국가로 이번 순방을 통해 ‘평화·번영·문화’의 세 차원에서 호혜적 협력이 크게 증진될 것”이라며 “평화 차원에선 한반도와 중동 평화에 대한 상호 지지를 확인하고, 번영 차원에선 투자 교역을 더 활발히 하는 동시에, 문화 차원에선 중동 지역 문화의 허브인 이들 국가가 K-컬처의 거점이 되도록 교류 확대의 물꼬를 트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재계 총수 등 기업인들과 민관 합동회의를 개최했다. 순방 출국 전날이자 한미 협상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발표 이틀 후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국내 투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이 없도록 여러분이 잘 조치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당부했다. 35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투자 패키지가 명문화된 만큼 이로 인한 ‘국내 제조업 공동화’ 등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
이에 삼성은 5년 동안 450조원, 현대차그룹은 같은 기간 125조2000억원, SK그룹 128조원, LG그룹 100조원 투자를 약속했다. 삼성과 현대차의 투자 액수는 5년 단위 투자로는 사상 최대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