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북한 경제·산업에서 숨은그림찾기

2025-11-18 13:00:01 게재

윤석열정부는 정부주도의 북한붕괴론을 확산시켰다. 제재 자연재해 코로나대유행의 삼중고로 북한경제가 붕괴되고 체제위기가 심화할 것이라는 논리였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2025년 평양을 방문한 중국전문가들은 북한에 신축건물이 크게 늘어나고, 특히 내연기관 자동차와 중장비가 증가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한다. 올해 1만3000달러짜리 중고자동차 수천대가 평양에서 팔렸다. 평양의 도시풍경은 다양한 디자인과 형형색색의 색 혁명이 일어나고 밤 풍경도 화려해졌다.

북한 산업이 기지개를 펴고 있는데, 이에 필요한 장비와 에너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우리는 수수께끼라고 말한다. 올 가을 필자는 북중 국경을 방문했는데 평양과 유사한 현상이 국경 도시만이 아니라 농촌과 산간오지에서도 나타나고 있었다. 필자가 본 풍경, 평양을 방문한 전문가들의 주장과 현지 주민 인터뷰에 더해 위성을 통해 북한 주요 도시를 관찰한 결과, 주요 도시에서 신축건물, 중고 자동차와 중장비가 증가하고 남포항의 유류설비가 대폭 증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경공업과 소비산업, 관공서와 군부대, 아파트 등에 태양광 패널이 상당 수준 설치돼 있었다. 의료기기나 문화시설과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의 지붕 위나 주변에 있는 중소규모 태양광 발전소들이 주목된다.

비공식 무역이 키운 숨은 경제 변화

북한은 곡물과 석유 등은 러시아로부터, 자동차 중장비는 중국으로부터 반입하는 국가급 비공식 무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필자가 들은 내용 중 흥미로운 점은 2025년 평양에서만 중고자동차 수천여대를 판매한 기업인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북한 전역에 개인 자가용을 구입하는 중산계층이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20년간 태양광 모듈과 설치비용이 1/20로 하락했고 효율도 급상승했다. 글로벌 차원의 재생에너지 혁명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은 2024년 기준 전세계 태양광 모듈 생산의 75%를 점하며 좋은 성능의 부품과 설비를 가장 저렴하게 공급한다.

북한산업과 경제의 변화는 러시아 석유가격 폭락과 중국의 태양광산업 발전과도 높은 상관관계가 있어 보인다. 올해 노동신문에 등장한 가장 흥미로운 표현은 ‘계통연결형 전력망 구축’이다. 북한전력은 중앙공급형으로 송배전 낙후로 인해 정전이 많이 발생한다. 그래서 김정은 시기 들어 개별가구 기업소 관공서 군부대는 개별 태양광 패널이나 발전소를 건설해 독립적으로 사용했다. 정부가 개별적으로 생산하고 남은 숨어있는 태양광 전력을 국가부분에 연결해 흡수한다는 개념이다. 전세계 전기에서 태양광 의존율이 10% 정도인데 북한은 이를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북한 산업의 동력이 되고 있는 중장비, 석유와 태양광 패널은 유엔 안보리 제재대상이기도 하다. 2024년 러시아정부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를 맹비난하며 이미 무력화했고, 2025년 9월 3일 김정은의 방중 전후 북한과 중국 사이에 국가급 비공식 무역이 진행되는 징후가 상당히 보이고 있다.

필자도 이 시기 북한 군과 보위부 부지 내부에서 상당량의 중고 자동차와 중장비를 목격했다. 공개되지 않는 비공식 무역이 지표로 공개되는 공식무역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또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이후 약 반년 동안 북한으로 직접 반입된 현물과 현금 규모에 대해 국방연구원 보고서는 30조원, 중국은 10조원 이상으로 추정한다.

현실 반영한 북한 통계지표 필요

한국은행 통일부 국가데이터처 같은 정부기관이 발표하는 산업지표 무역통계나 국민소득의 추정치는 북한 현실과 괴리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현장은 역동적인데 통계는 항상 정체돼 있다. 김정은이 새로운 길이라는 대외전략으로 북러동맹을 체결할 것이라는 예측도 하지 못했다. 새로운 길의 관점에서 경제와 산업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전면적인 재평가가 필요하다. 올바른 정보가 대북정책 입안의 기본인데 여전히 잘못된 정보가 넘친다.

이재명정부가 남북대화를 재개한다면 북한당국은 이전과는 다른 매우 다른 셈법으로 우리에게 협상 제안을 할 것이라는 점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북측은 남측에게 개성공단과 같은 경공업 협력보다는 좀 더 고도화된 산업협력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종철 국립경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