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곳곳에서 AI 투자 ‘과열 신호’

2025-11-18 13:00:02 게재

클라나 창립자 “오픈AI 데이터센터 투자 과다” … 피터 틸, 엔비디아 지분 전량 매각

AI 투자 열풍 속에서 시장의 중심에 있는 핵심 투자자들과 기술업계 내부 인사들이 잇달아 우려를 제기하면서 ‘과열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로이터통신·파이낸셜타임스(FT)·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엔비디아 지분을 전량 매각한 피터 틸의 움직임과 오픈AI 투자자 세바스티안 시에미아트코프스키의 경고, 그리고 미국 증시의 연일 하락이 겹치며 시장 전반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는 17일 피터 틸이 이끄는 틸 매크로(Thiel Macro)가 3분기에 엔비디아 보유 지분 53만7742주를 모두 매각했다고 보도했다. 9월 말 종가 기준 약 1억달러 규모다. 같은 분기 테슬라 지분도 축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로이터는 “AI 열풍 속 고평가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틸의 전량 매각이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이날, 클라나 공동창립자 시에미아트코프스키가 초대형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고 보도했다.

그는 오픈AI·퍼플렉시티·xAI·세레브라스 등 AI 분야 여러 기업에 투자한 인물로, 인터뷰에서 “나는 이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가 너무 커서 ‘긴장된다(nervous)’”고 말했다. 그는 “오픈AI는 성공적인 회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이렇게 막대한 투자가 타당한지는 걱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챗GPT의 인기와 데이터센터 대규모 투자가 동일한 논리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며, “챗GPT의 사용이 폭발적이라는 사실과 ‘1조달러를 서버에 투입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FT는 이를 두고 “AI 인프라 경쟁이 투자자들에게 부담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3분기에만 총 1120억달러의 설비투자를 발표했다. 오픈AI는 컴퓨팅 자원 확보를 위해 총 1조5000억달러 약정을 체결했다. 시에미아트코프스키는 AI 모델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적은 컴퓨팅(연산력)으로도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현재와 같은 인프라 확장 속도가 장기적으로 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엔비디아의 높은 시가총액 비중이 가져오는 구조적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엔비디아의 가치가 너무 높다고 생각해도, 지수 편입 방식 때문에 연금 자금이 깊은 판단 없이 ‘엔비디아가 좋은 투자’라는 전제 아래 자동으로 투자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투자자의 개별 판단과 무관하게, 시장 구조가 특정 고평가 종목으로 자금을 넣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한편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한 흐름은 이날 더욱 두드러졌다. WSJ는 “기술주뿐 아니라 금·암호화폐까지 매도세가 확산되며 미국 시장 전반이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나스닥은 0.8%, S&P500은 0.9% 하락했고, 다우지수는 1.2% 떨어져 4월 이후 최악의 3거래일 연속 낙폭을 기록했다. 엔비디아·메타·아마존 등 주요 기술주는 물론, AMD·슈퍼마이크로컴퓨터·델테크놀로지스 등 AI 서버 공급망 기업들도 일제히 하락했다.

WSJ는 “대형 기술기업의 설비투자가 점점 더 많은 부채 발행에 의존하고 있는 점도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아마존이 15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예고한 것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는 평가다. 금과 비트코인 가격이 동반 하락한 점은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회피 심리가 강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엔비디아는 이번 주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로이터는 “투자자들이 실적을 통해 AI 수요가 여전히 견조한지, 혹은 둔화되기 시작했는지 가늠할 것”이라고 전했다. AI 투자 확대와 기술주 조정이 맞물린 가운데, 향후 엔비디아 실적이 시장 분위기를 좌우할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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