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사태 이웅열 2심, 검찰 10년 구형
성분 조작, 사기 상장 등 의혹
검 “부정하게 자본시장 교란”
변 “1심 무죄…항소 기각돼야”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케이주(인보사)의 성분 조작과 사기 상장 등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이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0년형을 구형했다.
17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백강진 부장판사)가 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약사법 위반과 사기,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배임증재 등 7개 혐의를 받는 이 회장에게 10년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전 대표에 10년, 권순욱 코오롱티슈진 한국지점장과 양윤철 코오롱생명과학 상무에 각 5년, 송문수 티엔피 로지스틱스 대표에 3년을 구형했다. 항소심 선고공판은 내년 2월 5일 오후 2시 312호법정에서 열린다.
인보사는 2017년 7월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이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로 개발한 신약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사람의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 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된 주사액이다. 1회 투여만으로 무릎 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꿈의 신약’이란 별칭도 얻었다.
하지만 인보사의 주성분이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태아신장유래세포’로 뒤바뀐 사실이 미국에서 임상시험 3상을 진행하던 중 드러났다. 신장유래세포는 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세포로 알려져 있다. 이에 식약처는 2019년 3월 제품 판매를 중단시키고 같은 해 5월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이 회장은 2017년 1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식약처 허가 내용과 다른 성분으로 인보사를 제조·판매해 160억원의 매출을 올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6년 6월 인보사 연구·개발 과정에서 미국 식품의약품안전국(FDA)으로부터 임상시험 중단 명령을 받았음에도 이를 숨기고 비상장 주식의 가치를 평가해 국책은행으로부터 1000만달러(약 120억원)의 지분 투자를 유치한 혐의도 있다.
2017년 11월 인보사 2액의 주성분을 숨기고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과정에서 허위 공시를 통해 계열사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운 혐의, 2011년 6월 인보사 국내 임상 과정에서 임상책임의사 2명에게 코오롱티슈진 스톡옵션 1만주를 무상으로 제공한 것에 대해 배임증재 혐의도 적용됐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이 회장이 성분조작을 인지하고 인보사를 제조·판매했다는 사실을 검찰이 입증하지 못했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티슈진 상장과 관련해서도 여러 절차가 위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으며, 차명주식에 이 회장의 자금이 투입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유죄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은 이날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피고 이웅열은 인보사 임상시험을 개시하지 못했지만 이를 은폐해 계약취소 가능성을 숨기고, 상장을 위해 재무사항을 허위 기재하면서 외부 감사를 방해했다. 피고는 대주주이면서 인보사 개발과 상장 과정에서 최상단 결정자였다.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 자본시장을 교란했다”며 “하지만 원심은 일반 투자자들에게 전해야 할 정보를 과학에 대한 문제라는 것으로 인식하는 등 잘못 해석하고 오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고측 변호인단은 “검찰은 세포 바꿔치기, 암세포를 이용한 대국민 사기극 등으로 과장하며 강제수사했지만 해당 의혹들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이미 1심에서 밝혀졌다. 식약처 직원이나 분쟁 중인 일본 제약사의 일방적 주장을 기초로 기소했다. 검찰은 새로운 증거 제출 없이 원심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검찰의 주장은 원심의 정당한 판결을 뒤집을 수 없다”며 재판부에 “검사의 항소를 기각해 혁신의약품인 인보사가 사장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웅열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코오롱이 많은 분들께 염려를 끼치게 된 점 송구하다. 사태 발생 이후 우려와 논란을 종식시키고자 최선을 다했다. 약효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환자들을 고통에서 해방시켜 희망을 주자는 일념이었다. 인보사가 유례없는 획기적 치료제로 남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저는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