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엔비디아·앤트로픽 'AI 동맹'

2025-11-19 13:00:01 게재

MS는 클라우드 팔고, 앤트로픽은 AI 모델 제공 … 오픈AI 의존도 줄여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겸 CEO 사티아 나델라, 엔비디아 창립자 겸 CEO 젠슨 황이 새로운 파트너십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발표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이그나이트 2025’ 행사와 기업 블로그를 통해 동시에 이뤄졌다. 사진=MS 웹사이트 갈무리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NVIDIA), 앤트로픽(Anthropic)이 힘을 합쳤다. 세 회사는 18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기술과 인프라를 함께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하며 AI 시장의 변화를 예고했다. 그동안 MS가 집중적으로 협력해 온 오픈AI와의 관계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협력의 핵심은 앤트로픽이 MS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를 대규모로 사용하는 것이다. 앤트로픽은 MS로부터 300억달러(약 44조원) 규모의 클라우드 컴퓨팅 자원을 구매하기로 했다. 이 자원을 활용해 최대 1기가와트(GW)까지 컴퓨팅 용량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는 AI 기업이 단일 클라우드 기업과 맺은 계약 중에서도 매우 큰 규모다.

앤트로픽은 이 자원을 바탕으로 자사의 AI 모델 ‘클로드(Claude)’를 더욱 발전시켜 MS 고객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클로드는 텍스트를 이해하고 생성하는 고성능 AI 모델로 현재 소넷 4.5, 오퍼스 4.1, 하이쿠 4.5 버전이 제공되고 있다.

이 모델을 통해 사용자는 글쓰기, 요약, 분석, 대화 등 다양한 작업을 AI로 처리할 수 있다.

이번 계약으로 클로드는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클라우드, MS 애저까지 세계 3대 주요 클라우드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AI 모델이 됐다. 이에 따라 기업과 사용자들은 자신이 이용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상관없이 클로드 모델을 쉽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AI 모델을 자사의 서비스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 오피스 제품군에 탑재된 ‘코파일럿(Copilot)’ 기능에 클로드를 추가로 연동해 더 향상된 AI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기존에는 주로 오픈AI의 GPT 모델을 활용해 왔지만 이제는 선택지를 늘리는 모습이다.

앤트로픽은 또 엔비디아와도 협력하기로 했다. AI 모델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실행하려면 강력한 컴퓨터 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앤트로픽은 엔비디아의 최신 기술인 ‘그레이스 블랙웰(Grace Blackwell)’과 ‘베라 루빈(Vera Rubin)’ 시스템을 도입한다. 이 시스템을 통해 앤트로픽은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컴퓨팅 환경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엔비디아는 단순히 칩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앤트로픽과 함께 AI 모델을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와 설계 작업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자금 투자도 뒤따랐다. 이번 협력을 계기로 MS는 앤트로픽에 50억달러, 엔비디아는 1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앤트로픽은 이 자금을 다시 MS의 클라우드와 엔비디아의 기술을 이용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서로 돈을 투자하고, 다시 그 돈으로 서로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조다. 이렇게 세 회사가 서로 고객이자 파트너가 되는 형태를 만들었다. 기술, 자본, 인프라가 서로 연결되며 AI 시장을 함께 움직이는 셈이다.

이처럼 이번 협력은 단순히 돈과 기술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AI 시장의 판을 바꾸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MS는 챗GPT로 유명한 오픈AI에 많은 투자를 해왔고, 여러 제품에 오픈AI 기술을 활용해왔다. 하지만 오픈AI는 최근 독립성을 강화하며 AWS와 380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는 등 MS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MS도 다른 AI 기업인 앤트로픽과 손을 잡으며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 다양한 AI 모델을 활용해 선택의 폭을 넓히고 오픈AI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전략이 읽힌다.

앤트로픽 역시 지금까지는 AWS 중심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운영해 왔지만 이제는 MS 애저까지 사용하게 되면서 클라우드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술적 유연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 기회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 분석가들도 이런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 금융회사 D.A. 데이비슨의 애널리스트 길 루리아는 “이번 협력은 AI 산업 전반이 오픈AI에만 너무 의존하지 않으려는 흐름을 보여준다”며 “MS와 엔비디아 모두 하나의 기업에 기대기보다는 다양한 파트너를 통해 AI 생태계를 확장하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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