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감 머스크 싫어서 “테슬라 안 산다”

2025-11-19 13:00:01 게재

전세계 전기차 운전자 41%

전 세계 전기차 운전자 상당수가 정치적 신념에 따라 특정 브랜드나 생산국의 차량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의 테슬라(Tesla)를 대상으로 한 불매 움직임이 두드러지며 정치적 입장이 소비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국제 전기차 운전자 단체 ‘글로벌 전기차 연합(Global EV Alliance)’은 최근 세계 30개국 전기차 소유주 2만6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3%는 정치적인 이유로 특정 브랜드나 국가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구매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중에서 41%는 테슬라를 불매 대상으로 지목했으며, 12%는 중국산 전기차를, 5%는 미국산 차량을 기피하겠다고 응답했다.

테슬라에 대한 거부감은 특히 미국 내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났다. 자국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응답자의 52%가 테슬라를 피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독일 51%, 호주와 뉴질랜드 45%, 노르웨이 43% 등 주요 전기차 보급 국가에서도 높은 기피율을 보였다. 반면 인도에서는 같은 응답이 단 2%에 불과해 국가별 인식 차이도 뚜렷했다.

테슬라에 대한 불매 정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정치적 발언과 활동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머스크 CEO는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으로 정부 활동에 참여했으며, 유럽의 극우 정당과 유사한 이념에 동조하는 발언을 이어가 논란을 낳았다. AFP 통신은 이러한 정치적 행보가 테슬라의 글로벌 이미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머스크 개인에 대한 반감이 테슬라 브랜드에까지 확산되며 불매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기피 현상도 조사에서 확인됐다. 전체 응답자의 12%가 중국에서 제조된 전기차를 피하겠다고 밝혔으며, 이 비율은 리투아니아에서 특히 높았다. 리투아니아 운전자의 43%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탈리아와 폴란드에서는 기피 비율이 2%에 불과해 지정학적 관계나 현지 시장 상황에 따라 태도가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월부터 10월 사이에 진행됐으며 각국의 전기차 시장 규모와 보급률 등을 반영해 결과에 가중치를 적용한 방식이다. 글로벌 전기차 연합은 응답자들이 전기차를 구매하면서 단순한 기술적 요소나 가격 외에도 사회·정치적 요인을 점점 더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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