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폭증, 데이터센터 우주로 향한다

2025-11-20 13:00:02 게재

테슬라·아마존이 겨눈 차세대 인프라 혁명

24시간 태양광 가능하고 무한한 공간 장점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는 인류가 생산·저장·처리해야 하는 데이터 양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

하지만 지상 데이터센터 구축은 전력·냉각·토지 문제로 한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우주가 공상과학이 아닌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어 주목된다.

20일 코트라(KOTRA) 로스앤젤레스무역관은 이러한 내용의 ‘미국의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 AI 시대의 새로운 해법될까’ 보고서를 펴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AI 서비스와 스트리밍 플랫폼 자율주행차 전자상거래 금융시스템, 그리고 수십억개의 사물인터넷(IoT) 기기에서 발생하는 정보량이 인류 역사상 최대 수준에 이르렀다.

◆냉각·전력·부지문제 해결의 새 열쇠 =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테티스타(Statista)는 글로벌 데이터 생성량이 2025년 175제타바이트(ZB)에서 2035년에는 2142ZB까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1 제타바이트는 1조바이트로, 고화질 영화 수백억 편 이상에 해당하는 방대한 데이터 양이다.

보고서는 “현재와 미래시대는 방대한 정보량이 필요하며 이는 데이터센터 구축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며 “하지만 지상 데이터센터는 폭증하는 수요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데이터센터는 이미 중소 국가의 전력 사용량을 뛰어넘고 있으며, 냉각을 위한 물 사용량 급증으로 환경규제와 지역사회 반발에 직면해 있다”며 “부지확보 경쟁이 치열하고 미국과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인허가 문제로 취소되거나 중단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AI 시대의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고 △고효율 냉각 체계를 갖추며 △빠른 확장성을 요구하지만 지구상에서 이 3가지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지역은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지구를 벗어난 새로운 인프라 공간’ 즉 우주로 눈이 쏠리기 시작했다.

보고서는 “우주는 에너지·냉각·공간 측면에서 지상 인프라가 따라올 수 없는 강점을 지닌다”고 소개한다.

가장 큰 장점은 24시간 지속되는 태양광 발전이다. 지구 궤도에서는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일정한 태양광을 확보할 수 있어 에너지 공급의 불규칙성이 제거된다. 급등하는 전력비용 시대에 결정적인 장점이다.

또 진공 상태의 우주는 초고효율 냉각 조건을 제공한다. 지상에서는 물을 이용한 액침·공랭 냉각에 한계가 있지만 우주에서는 열을 방사방식으로 외부로 직접 방출할 수 있어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데이터센터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우주는 사실상 무한한 공간을 제공한다. 부지 경쟁이나 주민 반발이 없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규모를 수십~수백배까지 확장할 수 있다.

◆방사선·우주 쓰레기·유지보수는 해결과제 = 이에 따라 테슬라 스페이스X 아마존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는 향후 궤도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것”이라며 ‘스타링크(Starlink) + 스타십(Starship) + AI 인프라’ 3가지 요소를 하나의 포대형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네트워크 구상을 제시했다. 6000기 이상 위성으로 구성된 스타링크는 초저지연 통신망을, 스타십은 대형 서버 모듈을 궤도로 실어나를 수 있는 운송수단을 제공한다. 머스크는 “스타십 발사비용이 안정화되면, 우주 데이터센터의 설치비용은 지상과 경쟁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도 “10~20년 내 1기가와트(GW)급 데이터센터가 우주에서 운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GW급 데이터센터라면 이는 인구 100만명 정도 도시 하나의 전력 소모량에 맞먹는 규모다.

아마존은 이미 프로젝트 레오(Project Leo)를 통해 대규모 위성망 구축을 진행 중이며, 그의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은 재사용 로켓 뉴글렌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우주 데이터센터가 현실화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기술적 장벽이 많다.

보고서는 “가장 큰 문제는 우주의 강력한 방사선 환경으로, 서버 하드웨어가 장기간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검증이 충분하지 않다”며 “궤도를 떠도는 우주 쓰레기와의 충돌 위험과, 우주 환경에서 전체 시스템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신 지연, 발사 비용의 불확실성, 원격 유지보수 한계도 풀어나가야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AI 우주 인프라’ 공상아닌 현실되나 = 코트라 로스앤젤레스무역관 관계자는 “우주 데이터센터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적 실험이 아니라 데이터, AI, 클라우드, 통신, 로켓 산업이 하나로 엮이는 거대한 산업”이라고 내다봤다. AI 모델이 고도화될수록 연산 인프라의 중요성은 폭발적으로 커지고, 결국 이러한 인프라 경쟁은 국가간 우주 기술 패권 경쟁과 기업간 우주 인프라 경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머스크와 베이조스가 바라보는 방향은 단순히 데이터센터를 확장하거나 클라우드 점유율을 높이는 차원이 아니다”면서 “인류의 디지털 기반 전체를 우주로 확장하려는 전략적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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