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채굴업체 아이렌, MS와 손잡다
암호화폐에서 AI로,대전환
AI전력자산 확보 경쟁 치열
비트코인 채굴업체 아이렌(IREN)이 마이크로소프트와 97억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8일자(현지시간) 밝혔다. 텍사스 팬핸들 지역, 인구 5700명 규모의 소도시 차일드리스에 위치한 아이렌의 데이터센터를 확장해 AI 워크로드 처리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2022년 암호화폐 거래소 FTX 붕괴로 주가가 1달러대로 추락했던 암호화폐 채굴기업 아이렌의 현재 시가총액은 올해 주가가 300% 이상 급등하며 130억달러를 넘어섰다.
인공지능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빅테크 기업들이 전력 확보를 위해 비트코인 채굴업체들과 협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채굴업체들이 일찌감치 선점한 전력 인프라가 AI 데이터센터 건설의 핵심 자산으로 부상한 것이다.
아마존과 구글도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사이퍼 마이닝은 최근 아마존웹서비스와 15년 임대 계약을 맺고 텍사스 서부 데이터센터 부지 일부를 제공했다. 개발 중인 3.2기가와트 규모 설비는 모두 AI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구글도 플루이드스택과 10년 30억달러 계약을 체결했고, 사이퍼 지분 약 5.4%에 해당하는 워런트(주식 인수권)도 확보했다. 또 뉴욕의 비트코인 채굴업체 테라울프 지분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채굴업체들이 AI로 방향을 트는 이유는 명확하다. 비트코인 채굴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반면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렌의 투자자이자 이사인 마이크 앨프리드는 6개월 전만 해도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들이 먼저 문을 두드린다고 설명한다.
채굴업체들이 유리한 이유는 전력망 대량 확보가 어렵다는 현실 때문이다.
전력망 운영기관은 전력 공급 요청을 주문한 순서대로 진행하기에 빅테크 기업도 새로 신청하면 줄을 서야 한다. AI 데이터센터급 부하를 수용하기 위한 전력 인프라 확충에는 몇년이 걸린다.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대기 기간이 2030년대로 넘어갈 정도다.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은 2021년 중국의 채굴 금지 조치 이후 텍사스로 몰렸고, 송전망 포화로 버려지는 재생에너지와 저렴한 땅값을 활용해 전력 자산을 먼저 확보했다.
텍사스 전력신뢰도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9월 기준 전력망 접속을 신청한 고객의 약 70%가 데이터센터였고 비트코인 채굴업체는 12%에 그쳤다. 2023년 초만 해도 암호화폐 산업이 4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데이터센터는 31%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급격한 변화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