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화대, AI 특허로 미국 MIT 제쳤다
MIT·하버드 합친것보다 많아
중국 ‘AI 굴기’의 심장부로
중국 칭화대학교가 인공지능 분야에서 미국 주요 대학들을 추월하며 중국 AI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떠올랐다. 오랫동안 이공계 최고 인재를 배출해온 칭화대는 최근 스타트업 약진과 정부 지원이 맞물리며 세계적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8일(현지시간) 전했다.
칭화대는 올해 중국 AI 혁신을 상징하는 대표 사례다. 대형 언어모델로 글로벌 기술업계를 놀라게 한 딥시크의 성공 이후, 이 대학 출신이 세운 AI 스타트업이 잇따라 주목받고 있다. 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칭화대 졸업생이 설립한 주요 AI 기업만 최소 네 곳에 달한다.
데이터 분석업체 렉시스넥시스에 따르면 칭화대는 2005년부터 2024년 말까지 AI 및 머신러닝 관련 특허 4986건을 확보했다. 이는 MIT, 스탠퍼드, 프린스턴, 하버드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다. 지난해에만 900건이 넘는 특허를 출원했으며, 실제 기술·산업 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특허의 절반이 중국 몫이다.
연구 성과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미국 US뉴스앤월드리포트의 전세계 학과 평가에서 공학·인공지능·컴퓨터과학·화학공학 등이 세계 최상위권을 유지해왔으며, 최근엔 연구의 사업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는 평가다. 중국 정부가 민간 기업에 핵심 기술 개발을 독려하고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제공하면서 AI 창업 환경도 크게 개선됐다.
대학 내부에서는 다양한 AI 연구가 진행 중이다. 연구진은 엔비디아 제품에 대응하기 위한 AI 칩 ‘Accel’, 신약개발 엔진 ‘DrugCLIP’, 인간 개입 없이 자체 학습이 가능한 ‘Absolute Zero Reasoner’ 훈련 프로토콜 등을 개발했다. 학교 내 대형 실험실과 AI 신경과학 융합 연구 조직도 확장되고 있다.
학생 창업 붐도 뜨겁다. 칭화대 창업 인큐베이터 X-랩은 2013년 출범 이후 약 900개 스타트업을 배출했다. 유명 AI 기업 Z.ai 공동창업자 탕제, 로봇 기업 유니트리 창업자 왕싱싱이 칭화대 출신이다. 최근에는 오픈AI·앤트로픽의 대형 모델을 능가했다는 평가를 받은 ‘사피엔트(Sapient)’도 칭화대 학부생 연구에서 시작됐다.
칭화대는 올해 모든 학생에게 연구용 컴퓨팅 자원을 지원하는 새 AI 플랫폼도 가동했다. 학과와 전공을 막론하고 누구나 무료 연산 크레딧을 제공받을 수 있다.
미국이 여전히 영향력 높은 AI 특허와 최고 성능 모델을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인재 구조에서는 변화가 감지된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ITIF 조사에 따르면 세계 상위 2% AI 연구자 중 중국 국적 비중은 2019년 10%에서 2022년 26%로 상승한 반면, 미국은 같은 기간 35%에서 28%로 낮아졌다.
중국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인력의 저변도 방대하다. 중국은 2020년 STEM 전공 졸업생 357만명을 배출해 미국(82만명)을 크게 앞섰으며, 인민일보는 지난해 이 수가 500만명에 달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흐름이 단기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 추세라고 진단한다. 렉시스넥시스의 마르코 리히터는 10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일어난 변화라며, 중국의 AI 초강국 전략이 특허·연구·창업 등 전방위에서 결실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