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사고가’…안전진단 불법하도급 무더기 적발
26개 업체, 115건 … 무등록 업체도
일부 업체, 계약 싹쓸이 후 헐값도급
교량·터널 등 주요 시설물의 안전진단 업무를 불법 하도급한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업체 26곳의 대표 등 관계자 40명을 시설물안전법 및 건설기술진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들은 2023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발주한 안전진단 용역 115건을 발주처에 알리지 않고 불법으로 하도급한 혐의를 받는다. 업체 3곳은 이 중 41건을 재하도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과정에서 무등록 업체가 실제 안전진단을 한 사례도 14건 발견됐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계기로 제정된 시설물안전법에 따르면 안전점검은 하도급이 금지돼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인력과 장비를 갖춘 등록업체에게만 자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2023년 분당 정자교 붕괴 사고, 올해 오산 옹벽 붕괴 사고 등에서 안전점검 인원 허위 기재, 점검 하도급 정황이 드러나면서 범정부적인 건설현장 불법 집중단속이 이뤄지는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경기도 고양 소재 A사 등 규모가 큰 안전진단 업체 몇 곳이 용역을 독식하기 위해 전국 각 지역에 사무실을 여러 개 만들었다. 이들 업체는 계약을 싹쓸이한 후 직원 부족 등으로 감당이 어려워지자 영세한 업체들에게 용역대금의 60~70% 수준에 하도급했다.
이 과정에서 단속을 피하려 하도급 업체 직원을 자사 직원인 것처럼 일시 취업시키고 용역과 상관없는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키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용역을 발주한 지자체 등에 수사 결과를 통보하고, 교량과 터널 등 국민 안전과 밀접한 시설물의 안전진단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불법 하도급은 관리주체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고 국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불법 하도급뿐 아니라 관계된 유착 비리 등에 대해서도 강력히 단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