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배스킨라빈스·던킨 운영 비알코리아 조사

2025-11-20 13:00:03 게재

가맹점 대상 불공정 행위 의혹

잇단 노동자 사망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는 SPC그룹이 이번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에 대한 불공정 행위 의혹을 받고 있다. 노동자 사망에 대한 노동당국의 점검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법적 조치를 받을 수 있는 불공정 행위 조사까지 겹치면서 SPC그룹이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특히 SPC그룹의 불공정 행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조사결과에 사회적 관심이 모아진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점주 대상으로 판촉행사 동의를 유도하고 점포 환경 개선(리모델링)을 사실상 강제했다는 의혹을 받는 비알코리아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최근 가맹사업법 위반 의혹을 받는 비알코리아에 조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SPC그룹 소속 외식업체인 비알코리아는 배스킨라빈스와 던킨 등을 운영한다.

이번 조사는 가맹점주들이 공정위에 본사를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신고하고,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를 중심으로 비알코리아의 불공정 행위를 지적한 것이 발단이 됐다.

◆판촉 행사 찬성 강요 의혹 제기 = 공정위는 우선 비알코리아가 가맹점주들에게 판촉행사 등을 강제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비알코리아가 배스킨라빈스와 던킨 가맹점주에게 판촉 행사 찬성을 종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가맹점주가 비용을 일부 부담하는 판촉 행사를 진행하려면 점주 70%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의원은 “행사 참여를 찬성한 점주에게만 별도의 혜택을 제공해 사실상 동의를 강요하고 있다”며 “사전 동의 투표가 형식적 절차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또 SPC 계열사 멤버십 서비스 ‘해피포인트’의 관련법 위반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해피포인트는 SPC그룹 계열 브랜드(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 등)에서 공동으로 사용되는 통합 멤버십이다. 소비자가 결제금액 일부를 적립 받아 계열 브랜드 어디서나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이 의원과 점주들은 해피포인트 운영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적립 포인트의 절반을 점주가 부담하지만 제도가 도입될 때 가맹점 동의 절차가 없었다는 것이다.

◆인테리어 요구 수용하면 인기상품 우선공급 = 또한 공정위는 도넛 브랜드인 던킨이 새로 인테리어를 한 영업점에만 인기 제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점포 환경 개선을 강요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 의원은 국감에서 “최근 던킨에서 인기를 끄는 수제 도넛 8종이 인테리어 3·4유형 매장에만 공급된다는 제보가 있었다”며 “이로 인해 점주들이 인기 상품을 받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인테리어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본사와 가맹점 간의 불균형한 관계에서 비롯된 다양한 문제가 누적되고 있다”며 “공정위가 실태를 면밀히 살펴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PC그룹의 프랜차이즈 운영 방식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에는 배스킨라빈스 가맹점주 400여명이 비알코리아를 상대로 ‘차액가맹금’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본사가 원재료를 비싸게 공급해 사실상 로열티를 이중으로 취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파리바게뜨 역시 광고·판촉비를 본사가 결정하고 점주에게 전가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다. 본사 정책에 따라 할인을 진행했는데, 비용은 점주들이 부담한다는 지적이다.

공정위 조사와 관련해 SPC그룹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며 “조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에 대한 불공정 행위 의혹이 제기된 SPC그룹 계열 비알코리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서울 양재동 SPC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사망사고, 노동부 모니터링도 진행 중 = 한편 잇단 사망사고에 SPC그룹이 전 계열사 생산현장 근무제 개편에 나선 지 한 달 만에 SPC삼립 시화공장 노동자가 또 사망했다. 이 공장의 60대 노동자 A씨가 지난 9월 27일 야간조 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뒤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사망 전 6일 연속 야간근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등에서 명확한 사인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노동자들은 6일 연속 야간 근무 등 피로누적과 불규칙한 교대 근무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고용노동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 14일 김범수 SPC삼립 대표이사와 면담에서 사망사고에 실효성 있는 점검과 대책 수립을 지시하고 모니터링에 착수했다.

이날 류현철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교대제 개편 이후 노동 강도 변화, 노동자의 건강 영향 등을 면밀히 진단하고 그에 기초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수립해 보고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류 본부장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노동부도 이를 중점적으로 모니터링 하겠다”고 강조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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