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FOMC 의사록 “많은 연준 위원, 12월 금리 동결 바람직”

2025-11-20 13:00:01 게재

관세발 인플레 우려 … 주요 경제 지표 부재

금리인하 전망 31%로 하락… 달러 0.5% ↑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많은 연준 위원들이 12월 금리인하에 반대하며 동결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불거지는 가운데 셧다운 여파로 주요 경제 지표가 부재해 연준의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금리 인하 전망은 31%로 크게 하락하고, 미국 달러 가치는 0.5% 급등하는 등 3주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19일 (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에 위치한 뉴욕증권거래소(NYSE) 아메리칸(AMEX) 객장에서 선물·옵션 트레이더들이 일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0월 금리인하 했지만 동결 의견 많아 = 19일(현지시간) 공개된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많은(many) 참석자들은 각자의 경제전망에 비춰볼 때 올해 남은 기간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연준은 당시 10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3.75~4.00%로 0.25%p 인하한 바 있다. 투표권을 가진 12명 위원 중 다수가 0.25%p 인하에 찬성했지만, 스티브 마이런 이사가 0.50%p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고,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금리 동결 입장을 냈다.

10월 회의에서 위원들은 최종적으로 금리 인하를 선택했으나 일부 위원들이 금리 인하를 반대하는 등 상당한 이견이 존재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의사록에 따르면 몇몇 위원들이 10월 회의 때 금리 동결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내비친 것으로 파악됐다. 슈미드 총재 외에 동결 의견에 동조한 다른 위원들이 추가로 있었던 것이다. FOMC 의사록에는 투표권이 없는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의 의견도 반영된다.

정량적 수식어에 대한 연준의 표현 관례에 비춰볼 때 당시 회의에서 12월 동결 의견을 낸 위원들이 인하 의견을 낸 위원보다 많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의사록은 또 “참석자들은 12월 회의에서 어떤 정책 결정이 가장 적절할 지에 대해 매우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0월 회의 후 회견에서 12월 금리결정에 대해 “12월 추가 인하는 기정사실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는데, 당시 회의에서 표출된 이 같은 견해 차이를 반영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는 내달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67.2%로 하루 전보다 17.3%p 올랐다.

반면 0.25%p 인하될 확률은 50.1%에서 31.6%로 떨어졌다.

◆주요 경제지표 연기로 불확실성 커져 = 문제는 주요 경제 지표가 12월 회의 전까지 나오기 어렵다는 점이다. 공식 통계 부재로 연준의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기록적 장기 정부 셧다운으로 가계조사 자료를 수집하지 못해 보고서 작성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미 노동통계국은 10월 실업률 산출에 필요한 가계조사가 “사후 수집이 불가능하다”며 해당 월 고용보고서를 발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업체조사(비농업부문 신규고용)는 일부 확보됐지만, 고용보고서는 두 조사 결과가 함께 있어야 발표할 수 있다.

노동통계국이 월간 고용보고서를 건너뛴 것은 1994년 이후 처음이다. 이로써 연준은 12월 9~10일 FOMC 회의에서 9월 고용지표를 마지막으로 확보한 공식 자료로 사용하게 된다.

주요 경제 데이터 공백으로 연준은 섣불리 금리 인하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요 경제 지표 발표 일정이 순차적으로 확정된 가운데, 내일 있을 9월 비농업 고용 지표 발표를 시작으로 9월 PPI, 소매판매(11/25), 9월 내구재 주문(11/26), 10월 JOLTs 구인보고서(12/9) 등의 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2월부터 양적긴축 중단 적절 = 한편 10월 FOMC에서는 ‘거의 모든’(almost all) 참석자가 다음달 1일부터 양적긴축(QT·대차대조표 축소)을 중단하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록은 “지급준비금(지준)이 ‘충분한’(ample) 수준에 이미 도달했거나 그 수준에 도달해가고 있다는 평가에 따라 거의 모든 참석자가 12월 1일부터 자산 축소를 종료하는 게 적절하다고 언급했다”라고 전했다.

대차대조표 축소라고 불리는 양적긴축은 연준이 보유 중인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 후 재투자하지 않는 식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이면서 시중에 통화를 공급하는 양적완화(QE)의 반대 개념이다.

연준은 은행 지급준비금 공급이 양적완화 시기의 ‘풍부한’(abundant) 수준에서 축소돼 ‘충분한’(ample) 수준을 다소 웃도는 수준에 도달하면 양적긴축을 중단하겠다고 예고해왔다.

월가 일각에서는 최근 미국 단기자금시장에서 익일물 초단기 금리인 SOFR(무위험지표금리)이 연준이 직접 관리하는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를 웃도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며 시장 불안감이 조성됨에 따라 연준이 양적긴축 종료에 나설 것으로 예상해왔다.

담보부 금리인 SOFR은 은행 간 무담보 금리인 연방기금금리보다 통상 낮게 형성돼왔다.

월가 안팎에선 연준의 QT 외에도 미 재무부의 단기채 발행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단기자금시장의 유동성 공급이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지수 3개월 만에 100 상회 = 금리 동결 전망에 이날 달러화 가치도 0.5% 상승해 지난 9월 말 이후 최대 폭 상승했다.

금리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미국 달러 가치가 3주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 중이다. 연준이 12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달러로 쏠린 영향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6일 이후 처음 100선을 넘어 100.120을 기록 중이다.

알렉스 코언 뱅크오브아메리카 전략가는 “달러는 매우 인상적인 랠리를 보이고 있다”며 “12월 금리 인하를 정당화하려면 지표가 상당히 약하게 나와야 하는 만큼, 달러의 상승 요인이 여전히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강세와 함께 주요 통화 약세가 두드러졌다. 영국의 재정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파운드화는 0.7% 떨어지며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뉴질랜드 달러는 4월 이후 최저치로 밀려 올해 상승폭을 모두 반납했다.

엔화는 0.9% 하락해 달러당 156.89엔으로 약세를 기록하며 지난 1월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원달러 환율은 20일 미국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높아지면서 장 초반 상승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9시 10분 현재 전날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보다 1.2원 오른 1466.8원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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