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 스마트폰처럼 ‘차도 업데이트’
OTA가 바꾸는 운전자 일상
게임·노래방, 안전 기능도
자동차의 경쟁력이 바뀌고 있다. 스마트폰처럼 몇 년이 지나도 새 기능이 추가되고, 편의성과 안전기능이 점점 좋아지는 ‘업그레이드형 자동차’가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는 양상이다.
르노코리아가 최근 ‘그랑 콜레오스’에 대해 네 번째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실시한 것은 이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업데이트는 단순한 오류 수정이 아니라 실제 신차급 기능 개선을 담고 있다.
고객이 차를 구매한 시점이 언제인지와 상관없이, 차량 기능이 꾸준히 최신 상태로 유지되고 업그레이드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말 그대로 “내 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지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르노코리아는 먼저 차량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새롭게 손봤다. 오픈R 파노라마 스크린에는 공조장치 위젯이 추가돼 조작 편의성이 좋아졌고, 최신 연식 모델에 적용된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기존 고객들에게 동일하게 제공된다.
차량에서 즐길 수 있는 ‘R:아케이드’ 게임과 ‘R:beat’ 노래방 기능이 OTA를 통해 그대로 적용됐다. 연말에는 새로운 갤러리 앱 역시 OTA로 설치될 예정이어서, 차량의 인포테인먼트 환경이 지속적으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안전과 주행 보조 기능도 강화됐다. 자동주차 보조기능이 작동할 때는 외부에서 차량의 자동조작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비상등이 자동 점멸되도록 개선했고, 차선이탈방지 보조기능도 한층 더 정밀하게 조정했다.
여기에 고객 의견을 반영한 크고 작은 개선 사항들이 더해져 차량의 완성도가 한단계 높아졌다.
이처럼 OTA가 정기적으로 제공되면 고객들은 신차가 출시될 때마다 새로운 모델을 고민할 필요가 줄어든다.
외형은 그대로여도 차량의 기능과 품질이 꾸준히 갱신되기 때문이다.
최신 사용자 경험(UX), 최신 주행보조기능, 최신 연결서비스 기반의 환경이 하드웨어 교체없이 제공된다는 점은 자동차 가치 하락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낡아지는 차”가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똑똑해지고, 성장하는 차”로 인식이 바뀌는 것이다.
특히 전동화 모델에서는 OTA 가치가 더 커지고 있다. 전기차·하이브리드 차량은 소프트웨어가 주행 감각, 에너지 효율, 배터리 성능 등을 좌우한다. OTA를 통해 차량 특성이 계속 최적화된다면 전동화 차량의 만족도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주행 보조 기능이나 인포테인먼트 개선도 매번 서비스센터 방문없이 무선으로 해결할 수 있어 고객 편의는 기존 방식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된다.
이번 4차 OTA는 르노코리아가 단순히 기능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차량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장기 소프트웨어 전략’을 본격적으로 실행하고 있다는 신호다. 르노코리아는 2021년부터 OTA 체계를 운영해 왔으며, 초기 모델에도 계속 새로운 기능을 적용하고 있다. 새 차가 나와야 새 기능을 쓸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 지금 타고 있는 차가 계속해서 좋아지는 시대를 만든 셈이다.
자동차전문가들은 OTA가 앞으로 자동차 브랜드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차량을 구매한 뒤에도 꾸준히 ‘업그레이드되는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와 그렇지 못한 브랜드 간의 차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전동화·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되는 자동차 시장에서 OTA 전략은 르노코리아가 차별화할 수 있는 중요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