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2032년 반도체 강국 선언
미국 마벨 등 글로벌 기업 러시 … 대만·한국과 격차 여전
인도가 2032년까지 반도체 제조 능력을 주요 생산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의 공격적인 육성 정책에 힘입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인도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슈위니 바이슈나브 인도 기술부 장관은 20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블룸버그 주최 뉴이코노미 포럼에서 “반도체의 경우 2031~2032년쯤이면 현재 여러 주요 국가들의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며 “그때부터는 공정하고 평등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의 반도체 육성 정책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인 인도는 100억달러(약 13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반도체 설계 및 제조업체 유치에 나섰다. 그 결과 여러 조립·패키징·테스트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고향인 구자라트주에 공장을 세웠고, 타타그룹은 자국내에서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할 10개 업체 중 하나다. 바이슈나브 장관은 인도의 반도체 시설 3곳이 내년 초 상업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반도체 설계업체 마벨 테크놀로지도 인도 투자 확대에 동참하고 있다. 나빈 비슈노이 마벨 인도 법인장은 20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3년간 인도 내 1700명 규모의 인력을 매년 15%씩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AI와 클라우드 인프라용 첨단 칩을 설계하는 팹리스(설계전문) 업체인 마벨은 직접 칩을 제조하지 않지만, 현지 조립·테스트 업체들과 제조 계획 협력을 논의 중이다. 마벨은 인도 본사를 벵갈루루에 두고 있으며, 하이데라바드에는 데이터센터 보안 솔루션 전담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푸네에는 네트워킹과 스토리지를 위한 임베디드 개발 전문 팀이 있다.
비슈노이 법인장은 “인도는 현재 데이터센터 규모 면에서 세계 3위권”이라며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하이퍼스케일러)와 현지 기업들을 상대로 고객 기반 확대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웹서비스는 인도 내 뭄바이·하이데라바드 등에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현지 기업 타타그룹 계열사와 협력해 AI 및 고성능컴퓨팅(HPC)용 대용량 네트워크 기반을 구축 중이다. 구글은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자카푸람 지역에 1 기가와트급 AI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구축할 계획이며, 5년간 약 150억달러 투자한다고 지난 10월 발표했다.
그러나 인도는 반도체 산업 선두주자인 대만·한국과 수백억달러를 쏟아붓고 있는 미국·중국·일본에 한참 뒤처져 있다. 인도에는 아직 대규모 칩 제조 공장이 없지만, 정부 인센티브 프로그램에 따라 여러 프로젝트와 아웃소싱 반도체 조립·테스트(OSAT) 시설이 추진 중이다.
바이슈나브 장관은 인도의 대대적인 국가 주도 반도체 육성 정책이 성장하는 설계 생태계, 풍부한 엔지니어링 인재와 결합되면서 민간 자본이 자발적으로 유입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