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축 과잉’ 흐름이 바뀌고 있다

2025-11-21 13:00:01 게재

인구변화·소비진작책 영향

세계 금리 구조도 흔들

중국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저축이 너무 많은 경제 구조’가 드디어 변하기 시작했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실린 로리 그린 글로벌데이터 TS 롬바드 수석 중국이코노미스트의 기고문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소비를 늘리기 위한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중국의 저축 중심 경제가 서서히 소비 중심 구조로 옮겨가고 있다.

로리 그린은 중국의 저축률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로 인구 변화를 꼽았다. 경제 활동을 하는 인구 비중은 2010년 73%에서 지금은 60% 수준으로 줄었다. 일하는 사람이 줄고 은퇴자가 늘면 자연스럽게 저축은 감소하고 소비는 증가한다. 실제로 중국의 국내총저축률은 GDP의 50%에서 43%까지 내려왔다. 유엔은 앞으로 10년 동안 노동연령 인구가 추가로 10% 정도 줄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도 확실히 소비 쪽으로 기울고 있다. 최근 공개된 제15차 5개년 규획(계획) 초안에서는 “GDP 대비 가계소비 비중을 뚜렷하게 늘리겠다”고 못박았다. 올해는 아동수당 확대, 최저임금 인상, 연금 지급 확대 등 가계 소득을 늘리는 조치를 잇달아 시행했다. 내년 발표될 최종 규획에는 농민공의 도시 이동을 제한하는 ‘후커우’ 제도 개편과 복지 확충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소비 확대는 세계 경제에도 큰 영향을 준다. 로리 그린은 중국의 소비가 GDP 대비 5%p 늘어나면, 지난해 기준 약 1조달러의 추가 소비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인도 전체 GDP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반대로 중국의 저축이 줄면 해외 금융시장에 흘러가는 자금도 감소한다. 미국 재무부의 라샤드 아흐메드와 존스홉킨스대 알레산드로 레부치 교수는 “중국이 미국 자산 비중을 1%포인트만 줄여도 미국 국채 금리가 0.24%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중국이 저축을 줄이고 소비를 늘리는 변화는 내부 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금리와 자본 흐름까지 흔들 수 있는 구조적 변화라는 의미다. 중국 경제의 ‘저축 과잉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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