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화하는 자동차 보험사기 증가
2020년 이후 2조6000억원대 적발 … ‘고수익 알바’ 미끼로 가담자 모집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는 등 갖은 수법으로 20여억원의 보험금을 뜯어간 사기 조직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처럼 고의 교통사고 등 지능화·조직화 양상을 보이는 자동차 보험사기가 해마다 증가하자 경찰과 금융당국이 대응책 마련에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고의 교통사고로 인해 시민들이 피해자나 가해자가 되는 사례가 늘면서 대대적 단속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금융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자동차 보험사기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면서 피해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자동차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총 2조6705억원에 달했다.
특히 적발금액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20년 3830억원이었던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21년 4000억원, 2023년 5476억원, 2024년 570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도 이미 2791억원을 기록해 지금의 증가세라면 지난해 사기 적발금액을 넘어설 전망이다.
또 같은 기간 적발 인원은 32만9000여명에 달했다.
이 의원은 “보험사기는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범죄”라며 “과거에 비해 자동차 보험사기 규모가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당국의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4개 조직 182명 검거 = 최근 자동차 보험사기가 조직화·지능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20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4개 조직 182명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으며 이 중 각 조직의 총책 4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2020년 10월부터 2024년 10월 사이 전국 각지에서 고의로 교통사고를 유발한 뒤 총 348회에 걸쳐 약 23억8000만원가량의 보험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진로를 변경하거나 교통신호·노면 지시를 위반하고 주행하는 차량을 골라 고의로 들이받았다. 상대방의 과실 비율이 높게 나오도록 하는 수법이다.
가해자·피해자 역할을 나눠 사고 자체를 꾸며내기도 했으며, 아예 사고가 나지 않았음에도 허위로 사고를 접수한 경우도 있었다. 피해가 거의 없는 작은 사고임에도 장기 입원하거나 한방병원 등 치료비가 많이 드는 병원을 방문해 많은 보험금을 타내기도 했다. 이렇게 가로챈 보험금은 총책에게 50~80%가량 송금됐다.
총책들은 모두 보험사 근무 경력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선후배와 친구를 꼬드기거나 인터넷 카페에 ‘고수익 알바’를 미끼로 광고 글을 올려 가담자를 모집했다.
이들은 ‘ㄱㄱ’(공격, 들이받을 차량을 의미) ‘ㅅㅂ’(수비, 들이받힐 차량) ‘ㄷㅋ’(뒷쿵, 후미 추돌) 등 은어를 사용하고, 구체적 범행을 위한 공모는 자동 삭제 기능이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비밀 대화방을 사용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이들은 “가벼운 접촉사고만으로 합의금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 “보험사에서 다 처리하므로 본인 책임이 아니다” “이렇게 해서 수천만원을 쉽게 벌었다”며 가담자들을 유혹하기도 했다.
범행에 가담한 피의자 중에는 경찰청 관리 대상인 조직폭력배 3명도 있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경찰은 작년 11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고의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가로채는 일당이 있다’는 제보를 받아 수사에 착수해 이들을 검거했다.
◆국민 피해 확산에 당국 엄정 대응 나서 = 고의 교통사고는 일반 국민을 예기치 않은 교통사고의 피해자·가해자로 만들 수 있고, 특히 자동차 보험료 할증을 초래해 금융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된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관련 기관들이 엄정한 대응을 천명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경찰청·한국도로교통공단, 손해보험협회는 최근 ‘자동차 보험사기 근절 및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지난해 자동차 보험사기 적발금액 5704억원은 전체 보험사기 적발금액(1조1502억원)의 49.6%를 차지했다. 자동차 보험사기 중 고의 교통사고의 비율은 30% 수준으로 2023년 1600억원에서 지난해 1691억으로 5.7% 증가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고의 교통사고로 인한 보험사기 방지를 위해 긴밀한 업무 협력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각 기관의 전문성을 융합해 국민 권익침해 고의 교통사고 근절을 위한 대응체계를 강화할 것”이라며 “MOU에 따라 정기적으로 실무협의회를 개최해 고의 교통사고 근절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세풍·이재걸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