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술주 급락…엔화 약세 지속에 환율 1472원 넘어

2025-11-21 00:00:00 게재

금리동결 전망 강화로 달러 강세 …코스피, 장 초반 3% 급락하며 3870대 후퇴

엔비디아의 호실적에도 인공지능(AI) 거품론이 이어지면서 미국 기술주들이 급락했다. 미국 고용 현황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금리인하 기대를 낮췄다. 이런 가운데 일본 재정 악화 우려 및 중일 갈등에 따른 엔화 약세 지속은 달러 강세를 지지하며 원달러환율을 끌어올렸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4.5원 오른 1472.4원에 거래를 시작해 개장 직후 1474.1원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 1472.4원에 개장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와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환율, 장중 1474원까지 올라 =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9시10분 현재 전날 주간 거래 종가보다 4.0원 오른 1471.9원이다. 환율은 4.5원 오른 1472.4원으로 출발한 뒤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초가 기준으로 지난 4월 9일(1484.0원) 이후 7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 거품론과 고평가 우려가 재점화되며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투매가 벌어진 점이 환율을 끌어올린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

달러는 강세, 엔화는 약세를 지속 하는 상황도 환율 상승 압력을 가중하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가 20조엔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정 우려가 커졌고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 압력을 받았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0.203 수준으로 전날보다는 0.04% 내렸지만 사흘째 100선을 웃돌고 있다. 같은 시각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34.45원이다. 전날 오후 3시30분 기준가인 931.76원보다 2.69원 상승했다. 엔달러 환율은 0.01엔 오른 157.51엔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1450원 내외의 고환율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13일과 이달 14일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이 이어졌지만 시장 흐름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당국의 안정 의지가 확인됐음에도, 시장은 구조적 원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의미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수출, 중공업 네고(달러 매도)가 부재한 가운데 1500원이 시야에 들어오면서 과도한 원화 약세를 억제해 줄 수 있는 구원투수가 당국 말고는 전멸한 상황”이라며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과 실개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민 연구원은 “최근 환율상승은 국내 채권시장 대혼란이라는 부작용을 수반하고 있어 당국이 장 초반 롱심리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시장에 플레이어로 참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증시, 기술주 투매에 동반 하락 마감= 간밤 뉴욕증시는 AI 거품 우려가 재점화하면서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8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56%, 나스닥 지수는 2.15% 각각 하락했다.

이날 나스닥 종합지수의 장중 고점에 대비 저점의 낙폭은 5%에 달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 발표 이후 증시 변동성이 급격히 커졌던 지난 4월 9일 이후 가장 큰 장중 변동 폭이다.

노동시장 상황에 관한 혼재된 지표를 보여준 9월 고용보고서는 12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금리인하 기대감을 되살리지 못하면서 이날 증시 약세 전환을 막는 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

9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11만9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을 웃돌았지만 실업률이 4.4%로 올라 고용시장 약화 우려를 지속하게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고위 관계자가 금융 자산에 대해 급락 위험 경고를 한 점도 증시에 약세 압력을 가했다. 리사 쿡 연준 이사는 “주식과 회사채, 레버리지 론, 주택을 포함한 여러 시장에서 자산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역사적 벤치마크 대비 높다는 게 우리의 평가”라며 “현재, 내 인상은 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라고 발언,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AI 대장주인 엔비디아의 기업가치가 너무 고평가라는 분석도 나왔다. 도이치방크의 로스 세이모어 애널리스트는 자신이 제시한 215달러의 엔비디아 목표주가의 경우 “엔비디아가 향후 2년 동안 약 85% 매출이 증가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약 23배의 주가수익비율(PER)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주 중 엔비디아가 3.15% 하락했으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77% 급락했다.

◆외국인 순매도로 국내 증시 급락 = 한편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재점화된 AI 거품론에 미국 기술주가 휘청이면서 코스피가 장 초반 급락하며 3870대로 밀려났다.

이날 오전 9시 21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보다 127.75포인트(3.19%) 내린 3877.10이다. 지수는 전장보다 96.15포인트(2.40%) 내린 3908.70으로 출발해 하락 폭을 키우고 있다. 전날 코스피는 엔비디아의 깜짝 실적에 1.92% 상승, 사흘 만에 4000선을 재탈환했으나 하루 만에 4,000선을 내줬다.

이 시각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7770억원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리고 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6155억원, 1450억원 순매수 중이다. 다만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는 1161억원 ‘사자’를 나타내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도 전장보다 21.82포인트(2.45%) 하락한 870.12다. 지수는 전장보다 24.49포인트(2.75%) 내린 867.45로 출발해 하락 폭을 일부 줄이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인과 기관이 각각 262억원, 128억원 순매도하고 있으며 외국인은 444억원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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