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격노 따라 수사결과 변경
순직해병특검 ‘수사외압 의혹’ 수사 결과 발표
“수사기록 이첩보류 부당지시·보복수사 확인”
이종섭 해외도피 의혹 남아 … 다음주 수사 마무리
내란 우두머리 혐의와 체포 방해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또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지난 2023년 7월 채상병이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과정에서 무리한 작전으로 순직한 지 2년 4개월여 만이다.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은 21일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윤 전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12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기소 명단에는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전하규 전 국방부 대변인, 허태근 전 국방부 정책실장,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유균혜 전 국방부 기획관리관, 이 모 국방부 조직총괄담당관 등이 포함됐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은 작전 중 순직한 채상병의 사망 원인을 밝히려 한 해병대 수사단의 업무행위에 윤 전 대통령과 참모들, 이 전 장관과 국방부 관계자들, 군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내용이다.
당초 해병대 수사단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의자로 적시해 경찰에 넘기려고 했으나 보고를 받은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한 뒤 사건 이첩이 보류됐고, 그럼에도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하자 무단으로 회수됐다. 이후 사건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돼 혐의자 중 임 전 사단장 등이 혐의자에서 제외되는 등 축소됐다. 수사단을 이끌었던 박정훈 대령은 보직해임돼 항명 혐의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팀은 모든 의혹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보고 대통령실 관계자 조사 등을 통해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02-800-7070’번호로 이 전 장관에 전화를 걸어 질책했고, 이 전 장관은 경찰 이첩 보류 등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유 관리관과 박 보좌관 등은 해병대측에 연락해 기록에서 혐의자와 죄명 등을 모두 빼도록 지시하는 등 수사기록 수정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박 대령이 경북경찰청에 수사기록을 이첩하자 김 전 단장은 박 대령을 항명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시작하고 경찰에 넘어간 수사기록을 회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국방부 조사본부는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는 등 사건을 축소해 다시 경찰에 넘겼다.
윤 전 대통령은 해병대 수사단의 사건 이첩보류와 기록회수, 국방부 조사본부의 사건 축소 등의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국방부 수장이었던 이 전 장관에게는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외압의 대부분 단계의 최종 결정권자로서 지시 혹은 관여한 혐의가 적용됐다. 이 전 장관은 박 대령에 대한 항명 수사를 지휘하고 박 대령이 유죄를 받도록 군사법원에서 허위 진술한 혐의도 적용됐다.
조 전 실장은 기록회수에 관여한 혐의, 신 전 차관은 기록회수와 박 대령 보직해임, 사건 이관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유 전 관리관, 박 전 보좌관은 수사외압과 수사기록 변경 단계별로 개입한 혐의가 적용됐다.
김 전 단장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사건 축소에 관여하고 박 대령의 항명수사를 지휘한 혐의를 받는다.
전 전 대변인과 허 전 실장, 김 전 사령관에게는 박 대령 재판에서 모해위증한 혐의가 적용됐다. 김 전 사령관과 김 전 단장, 박 전 보좌관은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도 추가됐다.
이로써 특검팀의 수사외압 의혹 수사는 일단락됐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20일 채상병 순직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임 전 사단장 등을 기소한 바 있다. 특검팀은 다음주 이 전 장관 해외 도피 의혹 등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주요 사건 처분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