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연준, 12월 금리결정 ‘초박빙’
내달 9~10일 FOMC 회의 앞두고 내부 의견 갈려 … 파월 침묵 속 불확실성 확대
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시간) “연준 내부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시장이 사실상 FOMC 내 표 계산에 나선 상황”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같은 날 “위원들이 물가 재가열 위험과 고용 둔화 위험을 두고 크게 갈라져 있다”고 분석했다.
당초 시장은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봤지만, 최근 연준 인사들의 상반된 발언이 잇따르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21일 뉴욕 연준총재 존 윌리엄스가 짧은 기간(near term) 안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치자 기대감이 살아났지만, 여러 지역 연은 총재들은 오히려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강화하고 있다. 제롬 파월 의장은 10월 회의 이후 공식 발언을 삼가며 침묵을 유지하고 있어 시장 혼란은 더욱 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투표권을 가진 위원 12명 중 최소 5명은 금리를 더 내리기보다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마이클 바 부의장과 시카고 연은총재 오스턴 굴즈비 등 비둘기파 성향의 인사까지 “지금은 더 신중해야 한다”고 발언하며 동결론에 기울었다.
반면 고용 둔화를 우려하는 위원들은 추가 인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와 스티븐 미란 이사는 고용 약화를 방지하기 위해 더 완화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월러 이사는 이미 7월 회의에서 금리 동결 결정에 반대하며 파월 의장과의 이례적 충돌을 빚었고, 미란 이사는 9월과 10월 회의에서 더 큰 폭의 인하를 요구하며 잇따라 반대표를 행사했다.
WSJ는 보스턴 연은총재 수전 콜린스의 발언을 전하며 이러한 균열을 더욱 부각했다. 콜린스 총재는 “최근 두 차례의 금리 인하로 정책은 이미 완화 쪽으로 약간 기울었다”며 “금융환경이 경제에 순풍이 되고 있어, 12월 인하에 긴급성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12월 표결 방향뿐 아니라, 만약 동의하지 않는 결정이 내려질 경우 반대표를 던질지 여부도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 셧다운 여파로 10월 이후의 핵심 경제지표가 제때 공개되지 못한 점도 혼란을 키웠다. 한 지역 연준총재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깜깜한 밤, 등대 불 없이 배를 몰고 들어오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금리선물시장도 요동쳤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연방기금선물가격을 기반으로 산출한 12월 금리 인하 확률은 최근 한때 30% 아래로 떨어졌지만, 윌리엄스 총재의 발언 이후 다시 60%를 넘어서며 빠르게 되살아났다.
연준 의사록에서도 위원 간 의견차는 선명하다. 일부 위원은 10월 금리 인하 결정에 동의하면서도 “동결 쪽으로 설득될 수도 있었다”고 밝혔고, 또 다른 위원들은 “추가 인하가 오히려 물가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반대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망은 엇갈린다. 일부는 윌리엄스 발언을 근거로 “12월 인하가 유력해졌다”고 보는 반면, 전직 연준 이코노미스트들은 “여전히 동전 던지기와 다를 바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오는 12월 10일 발표될 FOMC 회의 결과는 파월 체제 이후 가장 치열한 표 대결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짙다. 금리 방향뿐 아니라 연준의 내부 결속력과 정책 신뢰도마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