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론 속 ‘구글만 웃었다’

2025-11-24 13:00:01 게재

제미나이3 기술적 성과

하락장서 나홀로 상승

AI 투자 열기가 식어가며 시장 전반의 조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기술기업들의 주가가 흔들리는 양상과 달리 구글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2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구글의 차세대 AI 모델 ‘제미나이3(Gemini 3)’가 산업 벤치마크에서 경쟁 모델들을 크게 앞서며 AI 거품 논란 속에서도 확실한 기술적 성과를 입증했다.

WSJ는 현재 투자 흐름이 “허풍(faking it)보다 실적(making it)을 요구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산업은 그동안 사용자를 늘려 미래의 수익을 기대하는 구조에 의존해왔지만, 투자자들이 점차 실제 매출과 제품 성능을 검증 가능한 기업을 선호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구글은 AI 조정장에서도 거의 유일하게 방어력을 보여준 기업으로 평가된다.

제미나이3는 전문가 지식, 논리 퍼즐, 수학 문제, 이미지 인식 등 20개 이상 평가에서 대부분 경쟁작을 압도했다.

제품 책임자 툴시 도시(Tulsee Doshi)는 내부 평가 과정에서 직원들이 “느껴진다, 우리가 뭔가를 해낸 것 같다(I feel it, I think we’ve hit on something)”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클라우드 회사 박스(Box)의 애런 레비(Aaron Levie) CEO 역시 “상승 폭이 너무 커 테스트를 잘못한 줄 알았다”며 “여러 차례 반복해도 두 자릿수 포인트 차가 유지됐다”고 밝혔다.

WSJ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챗GPT 출시 이후 구글이 뒤처졌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전했다. 내부 개발 구조가 분절돼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지만, 순다르 피차이 CEO가 조직 간 장벽을 허물고 모델 개발을 통합했으며,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도 현장에 복귀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이어 이미지 생성 기능 ‘나노 바나나(Nano Banana)’의 성공에 힘입어 제미나이 이용자가 급증했고, 반독점 소송에서도 중대한 제재를 피하며 신뢰를 회복했다. 올해 알파벳 주가는 50% 넘게 상승했고 시가총액은 3조6000억달러로 확대돼 7년 만에 마이크로소프트를 넘어섰다.

WSJ는 투자자들이 지금은 먼 미래의 기술적 가능성보다 단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을 찾고 있다며, 구글이 AI 기능을 광고·검색·클라우드 등 기존 사업 모델과 즉시 결합한 점이 경쟁사 대비 우위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많은 AI 스타트업은 사용자가 늘수록 비용이 증가하는 구조여서 투자자들의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엔비디아의 호실적이 단기적 반등을 이끌었음에도 AI 인프라 기업 주가가 크게 흔들린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WSJ는 이러한 흐름을 “허풍은 줄이고 실적은 더 요구하는 방향”이라고 정리하며, 구글이 그 변화에 가장 잘 부합하는 성과를 보여준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AI 경쟁이 다시 격화되는 가운데, 제미나이3의 성공이 향후 구글의 기업가치를 어디까지 끌어올릴지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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