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암치료의 초점, 환자의 ‘치료 이후 삶’으로 확장

2025-11-25 13:00:06 게재

대한통합암학회 10주년 학술대회 … 면역·표적항암시대, 전인적 치료 강조

면역·표적 항암시대에 환자의 치료 이후 삶까지 강조하는 전인적 치료 접근이 강조되고 있다. 대한통합암학회는 23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의생명산업연구원에서 ‘통합암치료, 치유를 넘어 삶의 회복으로’를 주제로 2025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올해 학술대회는 학회 창립 10주년을 맞아, 면역·표적항암 시대에 암 환자의 삶을 실질적으로 회복시키는 통합암치료 전략을 종합적으로 다뤘다.

김진목 대한통합암학회 이사장은 “통합암치료는 단순히 부작용을 줄이거나 치료 효과를 보조하는 차원을 넘어, 환자가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고 스스로의 삶을 회복하도록 돕는 전인적 치료”라고 강조했다.

이번 학술 대회는 ‘암 치료의 목적은 생존을 넘어서 환자가 다시 삶을 살아갈 힘을 되찾는 데 있다’는 관점을 중심에 놓고 △암 환자 회복을 위한 급성기 완화치료 △치유를 위한 면역, 항산화 및 세포 치료 △삶의 회복을 위한 환자 중심의 통합암치료 △환자와 함께하는 통합암치료 등 네 개의 세션으로 진행했다. 특히 시드니 의대 오병상 교수는 ‘암 면역치료에 있어서 장내 미생물의 역할’ 주제의 특강을 진행했다.

◆급성기 완화치료, 치료를 견디게 하는 것이 회복의 시작 = 첫 번째 세션에서는 면역·표적항암제 사용의 확대 속에서 급성기 완화치료가 곧 회복의 첫 단계라는 시각이 공유되었다.

지준호 성균관의대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간염, 대장염, 내분비 장애 등 주요 면역관문억제제의 면역관련 이상반응(irAE)을 중심으로 “환자가 항암치료를 유지하고 기능을 잃지 않도록 돕는 것이 회복의 출발점”이라며 조기 발견 및 정밀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현엽 을지의대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표적항암제의 기전적 특성 상 발생할 수 있는 피부-심혈관-간질성 폐렴 등의 부작용을 체계적으로 설명했다. 표적치료제는 근 100년 가까이 사용되어 온 1세대 항암제인 세포독성 항암제와 비교했을 때 부작용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항암제 종류마다 다르게 나타나 예측이 쉽지 않다. 이에 표적치료제의 부작용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으면 발견이 늦어질 경우 환자의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피부 부작용은 환자 75~90%에서 보고되고 있다. 주기적인 혈압체크가 필요하다. 마른 기침이나 호흡곤란, 미열, 흉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간질성 폐렴을 고려해야 한다.

정 교수는 “표적치료제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이와 더불어 표적치료제의 부작용도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경각심과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성훈 고신대학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환자보고결과(PRO, patient reported outcome)와 입원환자 자택관리(HAH, hospital at home) 기반 관리 모델을 소개했다. 신 교수는 “환자 스스로 증상을 보고하는 체계는 악화 신호를 평균 2~3주 일찍 감지할 수 있다”며 “환자의 일상 생활환경에서 치료를 지속시키는 것이 삶의 회복과 직결되는 의료”라고 설명했다.

23일 서울 가톨릭대학교 대강당에서 2025 대한통합암학회 10주년 기념 추계학술대회가 열렸다. 사진은 학술대회 후 기념촬영. 사진 대한통합암학회 제공

◆면역·항산화 기반 통합암치료, 환자의 생리적 회복력 강화 = 두 번째 세션에서는 환자의 생물학적 회복력을 높이는 면역·항산화 기반 통합암치료를 다뤘다.

현명한 일산차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NK·T세포 기반 이뮨셀 치료의 최신 임상 결과를, 배지수 대표(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이 면역항암제 반응과 독성 조절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했다. 곽상준 원장(아미나 요양병원)은 셀레늄의 항산화, 면역 조절 기전을 설명했다. 곽 원장은 “항암 치료 후 신체 기능을 재정렬하고 회복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강에서 오병상 시드니 의대 교수는 면역항암제 치료 반응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강조했다. 오 교수는 “특히 특정 미생물 구성은 치료 반응률, 지속성, 독성 발생까지 폭넓게 관여한다”며 “회복 기반 통합암치료에서 장내 미생물 생태계 활용은 빠르게 확장되는 핵심 분야”라고 강조했다.

장내미생물 생태계 기반 개입 전략에는 우선 분변미생물 이식이 있다. 반응자 혹은 건강한 기증자의 장내미생물을 이식해 치료효과를 높이는 접근이다. 초기 임상에서 효과 및 일부 부작용을 동시에 보이고 있다.

식이요법으로는 식이섬유 섭취를 늘려 유익균과 면역반응을 높인다. 발효-식물성 식품을 추천한다. 모든 프로바이오틱스가 효과적이진 않아 개인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가공식품, 당류, 저섬유식품을 줄인다. 항생제 사용을 최소화한다. 향후 특정 균주 또는 조합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이 전망된다.

◆요가·한의약 등 보완적 중재 병행한 통합암치료, 심신 기능 회복 = 세 번째 세션에서는 환자의 기능적, 정서적, 생활에서의 회복을 위한 실질적 중재가 공유되었다.

유화승 대전대학교 한방병원 동서암센터 교수는 요가가 암 환자의 피로, 불안, 수면장애 등을 개선한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유 교수는 “요가는 환자가 스스로 참여해 지속할 수 있는 회복 프로그램이자 신체적, 정신적 기능을 동시에 회복시키는 대표적인 생활치료”라고 설명했다.

이상헌 단국대학교 일반대학원 교수는 항암치료 중 한약 복용과 간독성(HILI)의 연관성에 대해 실제 사례와 진단 기준을 소개했다. 이 교수는 “안전한 한의약 사용은 환자의 체력, 소화, 수면 등 일상 기능 회복에 실질적으로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홍성은 일산차병원 통합암센터 교수는 의·한 협진 기반 통합증상관리 모델을 공유했다. 암 환자의 통증, 소화, 피로, 수면 등 다중 증상을 통합치료로 관리할 때 회복 속도가 향상되는 실제 데이터를 제시했다.

◆일상 회복 프로그램, 다시 살아가는 것까지가 치료 범위 = 마지막 세션에서는 암 환자가 병원을 벗어난 후의 ‘삶 회복 단계’에 초점을 맞췄다.

김준희 병원장(포시즌스 요양병원), 장성환 과장(군포지샘병원), 홍성균 교수((전)남부대학교 대체의학과)의 발표를 통해 영양, 식이 중재, 요양기관 사례, 정서·인지·영성 프로그램 등이 공유됐다. 암 환자의 회복이 더 이상 의료적 기능 회복에 그치지 않고 일상적 및 사회적 회복을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임이 재확인됐다.

김 이사장은 “암 치료의 궁극적 목적은 생존 자체가 아니라 환자가 자신의 삶으로 복귀하는 것”이라며 “이번 10주년 학술대회는 회복 중심 통합암치료가 실제 임상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확인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기총회에서 유화승 현 회장이 보건복지부 사단법인 대한통합암학회 3대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임기는 2026년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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