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모기지 시장 ‘멈춰 선 이유’

2025-11-25 13:00:21 게재

대출 어렵고 금리는 두배로

주택거래·공급 다 얼어붙어

미국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시장이 눈에 띄게 식고 있다. 대출을 받기 어렵고, 받아도 갚기 부담스러운 상황이 겹치면서 주택 거래와 공급이 동시에 막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19일(현지시간) “미국의 거대한 모기지 시장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의 ‘2025년 3분기 가계부채·신용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신규 모기지 대출은 5120억달러로 전분기보다 늘었지만, 코로나19 당시 폭발적 수요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신규 대출 가운데 신용점수 620점 미만 차주는 거의 없고, 660점 미만도 드물다”고 밝혔다. 사실상 ‘저신용층 대출’이 사라진 것이다.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월 모기지 상환액은 최근 5년 사이 평균 1000달러대에서 2100달러로 두 배 넘게 올랐다”고 전했다. 금리 상승과 집값 상승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이 때문에 기존 주택 보유자들도 움직이지 않는다. 팬데믹 당시 받은 2~3%대 초저금리를 포기하고 더 높은 금리로 갈아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2년 이후 신규 모기지 발급액은 전체 주택가치의 1%도 안 돼, 평년 수준의 3분의 1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흐름은 주택 공급에도 영향을 준다. 새 집을 사줄 사람이 적으면 건설사도 집을 짓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현재 300만~400만채의 주택이 부족한 상태라는 것이 골드만삭스의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 남부 도시(애틀랜타·피닉스·올랜도 등)에서는 주거비 상승이 더욱 심각하다.

정책 대응을 놓고도 논란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택난 해결을 위해 50년 만기 모기지, 주택 매각차익세 폐지, 암호화폐 담보 대출 허용 등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출 기준 완화 없이는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주택시장 위축은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이 급격히 늘고, 주택 소유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사회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로 번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대출이 막히면 집값은 더 오를 것이고, 미국 정치 역시 더 격렬한 주택 논쟁으로 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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