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고가매입 혐의 재판서 “경영진 간 협상, 가격결정” 진술
한선우 매각자문사 대표 증언
“박성빈, 윤경림 만나 조율”
“현대차 관계사 피하려 매각”
현대자동차 관계사 지분을 실제 기업 가치보다 높게 매입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이른바 ‘KT 고가매입 의혹’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직 KT 임직원들에 대한 재판에서 “가격은 현대차 관계사와 KT측 경영진이 함께 만나 협상으로 최종 결정됐다”는 법정진술이 나왔다.
매각가격 결정을 위한 실사와 조사에 앞서 최고경영진 간 톱다운 방식으로 가격을 미리 결정했다는 취지로 읽힌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9부(엄기표 부장판사)는 2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윤경림 전 KT 사장과 윤동식 전 KT클라우드 대표, 백승윤 전 KT 전략투자실장에 대한 12차 공판기일을 열고 한선우 포워드컨설팅 대표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한 대표는 박성빈 전 스파크어소시에이츠(현 오픈클라우드랩, 스파크) 대표와 매각 자문계약을 체결한 후 매각을 성공시켜 2억3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박 전 대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동서지간이다. 스파크는 박 전 대표가 설립한 공정거래법상 현대차 관계사다.
한 대표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박 전 대표는 윤 사장에게 스파크 매도가격을 고지해 주고, 경영진끼리 만나 가격협상을 해야 한다며 KT측 경영진을 만났다”며 “가격을 직접 조율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은 (양측 경영진의) 최종 협상으로 논의돼 결정됐다는 취지”라며 “KT 전략투자실은 스파크에 대한 실사와 조사는 에너지 낭비로 양측 경영진이 만나 큰 틀에서 합의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KT클라우드는 2022년 4월 차량용 클라우드 업체 스파크 지분 100%를 212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고, 그해 9월 15일 최종매수하고 자회사로 편입했다”고 덧붙였다.
또 한 대표는 박 전 대표가 스파크 매각에 나선 이유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정 회장을 현대차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면 스파크가 현대차 계열사로 편입되는데, 이를 회피하려는 목적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
그는 “정 회장이 공정위로부터 동일인으로 지정된다는 이슈가 있었고, 박 전 대표는 그에 따른 공정위 신고와 조사 등 불편함이 예견돼 있었다”며 “동일인으로 지정되기 전에 스파크 매각을 마무리 지으려 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은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총수) 또는 법인을 의미하고, 특수관계인은 동일인과 밀접한 관계로 동일인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받거나 동일인과 공동으로 기업을 지배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다. 공정위는 친족(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등) 관계와 계열회사 등을 모두 동일인이 지배하는 관계사로 본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