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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야누스의 얼굴을 성찰하자

2025-11-26 13:00:03 게재

인공지능(AI) 시대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주식 하는 사람은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 관련 주식이 등락을 거듭할 때마다 쾌재를 부르거나 한숨을 쉰다. 인공지능은 이미 의사보다도 더 정확히 병을 진단한다. 작사·작곡도 인간보다 더 뛰어나게 한다고 한다.

머지않아 인간보다 더 빨리 달리고 더 나은 마라톤 기록을 가진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할 것 같다. 전쟁의 승패도 인공지능 드론과 로봇이 좌우할 것이다. 법정에서 판결문이나 변론문도 인공지능 시스템이 도움 정도가 아니라 직접 작성하는 사실상 인공지능 판검사·변호사 시대가 온다.

대통령도 정치인들도 정당들도 틈날 때마다 인공지능을 들먹인다. 정상외교에서도 인공지능이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우리 언론은 하루가 멀다는 듯 인공지능 관련 뉴스 기사 사설 칼럼 등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인공지능 광풍에 휩쓸려 이것이 가져올 해악과 부작용에 대해서는 앞장서 말하기를 꺼린다.

인류 역사를 보면 산업혁명, 과학기술혁명은 인류 문명의 전환 속도를 다른 차원으로 바꿔놓았다. 하지만 그 폐해 또한 컸다. 환경파괴와 환경오염, 생물다양성 파괴, 개인 간, 국가 간 빈부격차와 식민지배, 자본가 집단의 노동자 착취, 마침내 기후위기까지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인류를 대량 살상했던 핵폭탄, 살인가스 등 전쟁무기들도 과학기술의 산물이 아니었던가.

AI 시대 빛과 그림자 함께 보는 성찰 부족

인공지능은 인류 문명의 역사를 완전히 뒤바꾸어놓을 과학기술이다.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 휴대전화 인터넷을 뛰어넘을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아직 국가 차원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그림자를 담아 말하지 않고 있다. 어떤 우려나 비판을 하는 특정 집단도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최근 과학을 통해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집단인 과학적 회의주의자들이 펴내는 '스켑틱'이 ‘AI 시대, 우리 인간이 생각해야 할 것들’을 표지 이야기로 다루어 인공지능 시대의 빛과 함께 그림자를 성찰했다.

이 잡지에서는 인간의 학습능력 문제해결 능력 환경적응능력을 모두 뛰어넘는 이른바 초지능을 지닌 기계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는, 궁극적으로 공상과학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의식을 가진 기계의 탄생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담았다. 또 인간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가설까지 만들어내는 생성형 인공지능과 함께 과학자들이 아직 풀지 못한 생명의 비밀과 경이로움을 밝혀줄 것이란 희망도 이야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창작품에 대한 저작권 문제의 딜레마도 다루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산업혁명 이후 급속한 탄소배출 증가로 인한 기온상승으로 인한 기후변화 시대에 직면한 작금의 상황을 ‘전기 먹는 하마’인 인공지능 시대가 더욱 가속화 하는 것 아니냐고 성찰했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해 가장 우려한 것은 일자리 감소다. 스마트폰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은행이 줄어들고 있는 것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인간 노동이 사라진 세상이 이제 바로 우리 코앞에 와 있다. 인공지능을 사용해 만든 조작 음성과 사진, 동영상으로 사람을 현혹하며 돈을 갈취하는 범죄자들도 걷잡을 수 없이 나올 것이다. 또 인공지능을 활용해 가짜뉴스 가짜음모론을 만들어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는 극단주의 세력도 기승을 부릴 것이다.

집단 지성과 합리적 이성으로 대비해야

인공지능 시대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그림자의 위험성을 안다면 열광만 하고 있을 형편이 못 된다. 인간은 산업혁명 이후 과학기술이 가져온 열매에 대해서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뿌리에는 부에 대한 무한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천민자본주의와 그 포로인 자본가와 권력층의 무한 질주를 막지 못했다. 인공지능 시대에서도 이들의 질주를 막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집단 지성과 합리적 이성, 과학적 회의주의뿐이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 사회가 과연 행복했던가? 그렇지 않다면 인공지능 시대에서는 회의주의적 사고를 하면서 앞뒤, 옆을 보며 천천히 가자. 우리가 아무리 찬양하는 과학기술이라도 행복은 결코 속도에서 오지 않는다. 인공지능은 우리가 늘 경계해야 하는 야누스의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종주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