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카, 문화 ODA로 K-컬처 외교 본격 시동

2025-11-26 10:35:32 게재

K-콘텐츠 바탕으로 개발도상국 문화권 확대

한국국제협력단(KOICA, 코이카)이 K-컬처의 세계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ODA(공적개발원조)와의 연계를 강화하며 ‘문화 ODA’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최근 발간된 ‘KOICA 문화 ODA 사업 분석 및 추진전략 수립 연구’는 문화 분야 개발협력의 중요성을 재조명하고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과 소프트파워 강화를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을 담았다.

문화 ODA란 단순히 문화예술·관광·스포츠 분야를 지원하는 것을 넘어서 협력국 국민의 문화권을 확대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돕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는 이를 수원국의 문화 역량을 증진시키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명시하고 있다. 한국은 이에 발맞춰 문화 ODA를 외교 전략의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시키고 있다.

과거 전체 ODA 예산의 1% 내외에 머물던 한국의 문화 ODA는 최근 들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 등 유관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사업의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코이카 역시 문화예술 교육, 콘텐츠 산업 기반 조성, 관광개발, 스포츠 협력, 문화유산 보존 등 다양한 현장 중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특히 문화유산 분야에서 쌓은 장기 경험은 한국 문화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는 DR콩고 국립박물관 건립 사업이 있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된 이 사업은 총 4400㎡ 규모의 박물관을 신축하고, 430여 점의 유물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이는 문화유산 보존을 넘어 국민 통합과 자긍심 고취에 기여했다. 이후에도 이 박물관은 지역 문화예술 전시의 장으로 활용되며, 콩고뿐 아니라 베냉, 카메룬 등 프랑스어권 아프리카 국가 간 문화 교류의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 2025년 완료를 앞둔 동티모르 스포츠 기반 아동발달 사업은 영양결핍과 교육기회 부족 등 사회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아동들을 위한 스포츠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운동장 리모델링, 스포츠센터 건립, 유소년 축구 리그 운영, 지도자 양성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아동의 신체적·정신적·사회적 발달을 도모하고 있다.

디지털 기반 문화유산 사업도 확대되고 있다.

2023년부터 시작된 ‘우즈베키스탄 문화유산 디지털 통합 관리 및 활용 역량강화사업’과 ‘몽골 국립 칭기스칸 박물관 디지털 콘텐츠 개발 사업’은 K-컬처의 기술과 창의성을 개발협력에 접목한 사례다.

코이카는 지난 6일 개최한 제62회 개발협력포럼에서도 ‘문화를 잇는 개발협력’을 주제로 문화 ODA의 의미와 방향성을 논의했다. 이 자리를 통해 코이카는 사업 발굴에서부터 평가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적 관리 체계를 기반으로 한 실효성 높은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의 문화·스포츠 교육, 문화유산 보존, 관광산업 발전 경험 등을 브랜드화해 개발도상국과 한국 양국이 모두 이익을 얻는 지속가능한 개발 모델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오동길 코이카 디지털·보건·사회개발팀장은 “개발도상국 국민들의 문화 향유권 확대를 위한 문화 ODA는 코이카의 핵심 역할 중 하나”라며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춰 사업 전략을 정교화하고, 파트너 국가들과의 문화적 연대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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