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고용·소비 악화…금리인하 탄력
주간 감원 5배 급증, 노동시장 급랭 … 12월 금리인하 기대감 재부상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 여파로 10월 고용동향 통계 발표가 누락되거나 지연된 가운데, 미 경제의 핵심 동력인 고용과 소비가 타격을 입고 있다는 신호가 이날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것이다.
완전고용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던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 무게 중심이 다시 고용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인플레이션에 무게를 뒀던 연준이 뚜렷한 소비·고용 둔화 흐름 속에서 다음 달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금리 인하로 마무리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25일 로이터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FedWatch)를 인용, 12월 금리 인하 확률은 약 83%로 크게 상승한 것으로 밝혔다.
미국 고용서비스 업체 ADP가 이날 발표한 민간 고용 ‘주간 진행 상황 업데이트’는 민간 부문 고용 상황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ADP에 따르면 지난 10월 12일부터 11월 8일까지 4주간 미국 민간 기업들은 1주일에 평균 1만3500명씩 감원했다. 이전에 보고된 주간 순감원 규모가 약 2500명 수준이었던 데 비해 급격히 늘어난 수치다.
1주일 사이 4주 평균치가 이처럼 급등했다는 것은 최근 1~2주 사이 기업들의 정리해고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는 의미다. 수치로만 보면 미국 민간 고용시장 약화 속도가 5배 이상 가속화된 셈이다.
ADP의 주간 진행 상황 업데이트는 경제가 불안한 시기에 자주 제공되는 지표로, 매월 첫 수요일에 발표되는 월별 민간고용 보고서와는 다르다. 노동시장의 급격한 변화 속도를 파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 경제조사단체인 콘퍼런스보드가 같은 날 발표한 1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전월 대비 6.8p 하락한 88.7을 기록해 지난 4월 이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낙관과 비관이 갈린다. 100을 밑돌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응답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93.2를 예상했지만 하락세가 훨씬 가팔랐다.
소비자들은 현재 경제 상황은 양호하다고 판단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를 보여주는 현재 상황지수는 기준선 100을 크게 웃도는 126.9를 기록했다.
반면 향후 6개월 이내 단기소비자의 미래 전망을 반영한 기대지수가는 63.2로 기준선 100을 크게 밑돌았다. 현재 상황지수는 전월 대비 4.3p, 기대지수는 8.6p 급락했다. 기대지수가 80을 밑돌면 경기침체를 앞두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여겨지는데, 11월까지 기대지수가 10개월 연속 80선을 밑돌고 있다고 콘퍼런스보드는 설명했다.
미국 전체 소비 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소매판매 증가율 지표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상무부는 미국의 9월 소매판매가 7033억달러로 전월 대비 0.2% 증가했다고 이날 밝혔다. 미국의 관세 정책 여파로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8% 감소했던 지난 5월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이러한 지표 발표로 미국 경기 둔화 신호가 이어지면서 전날 2년물 미국 국채수익률이 하락했고,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이날 뉴욕증시는 기술주 중심으로 상승하면서 시장의 12월 금리 인하 기대가 다시 부각됐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