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AI칩 부상에 엔비디아 주가 급락
메타와 수십억달러 협상중 구글 삼각동맹 관련주 급등
엔비디아 주가가 급락했다. 블룸버그는 25일(현지시간) 메타가 구글의 AI 칩 구매를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터넷 검색 1위 구글이 AI 가속기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신호다.
정보기술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메타가 2027년 데이터센터에 구글 칩(텐서 처리 장치, TPU)을 사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메타는 내년에 구글 클라우드에서 칩을 임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번 계약이 성사되면 TPU는 메타부터 오픈AI까지 AI 플랫폼을 개발·운영하는 빅테크와 스타트업에 엔비디아 칩의 실질적 대안으로 자리잡게 된다. 엔비디아 칩은 현재 AI 컴퓨팅 파워가 필요한 기업들에 사실상의 표준으로 통한다.
엔비디아 주가는 시장 전 거래에서 4%까지 떨어졌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최신 제미나이 AI 모델 기대감에 힘입어 2.7% 올랐다. 구글은 앞서 10월 말 앤트로픽에 100만개의 자체 칩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엔비디아 독주 체제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관측을 낳았다.
앤트로픽 계약 발표 후 엔비디아에 늘 비판적이던 시포트증권 애널리스트 제이 골드버그는 이를 TPU에 대한 “정말로 강력한 검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이미 주목하고 있었고, 이제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앤트로픽이 이미 쓰고 있는 구글 TPU를 메타가 사용할 가능성을 들어, 대규모 언어 모델(LLM) 업체들이 단기적으로 추론용 가속기 칩의 보조 공급업체로 구글을 활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메타의 2026년 1000억달러 이상 설비투자 계획은 내년 추론 칩 용량에 최소 400억~500억달러를 쓸 것임을 시사한다. 구글 클라우드에서 TPU와 제미나이 LLM을 쓰려는 기업 고객 수요로 구글 클라우드의 매출과 수주잔고 증가세는 다른 경쟁 클라우드 업체를 앞지를 수 있다.
아시아에서는 26일 개장 초 알파벳 관련 주가가 급등했다. 한국에서는 알파벳에 다층 기판을 공급하는 이수페타시스가 18% 급등하며 장중 신고가를 기록했다. 대만에서는 미디어텍이 5% 가까이 올랐다.
데이터센터와 AI 개발 분야에서 전 세계 최대 지출 기업 중 하나인 메타와의 계약은 구글에 획기적인 발판이 될 수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실행 가능한 선택지가 되려면 텐서 칩이 필요한 전력 효율성과 컴퓨팅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구글 TPU는 브로드컴이 설계를 돕고, 최종 생산은 파운드리 업체에 맡겨진다. 구글이 차세대 TPU 물량을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맡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구글·브로드컴·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새로운 ‘삼각 동맹’이 엔비디아 연합을 위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전망 속에 브로드컴은 7% 급등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TSMC로 이어지는 ‘삼각 동맹’에서 HBM 공급을 담당하는 핵심 멤버다. 구글 TPU에도 HBM이 필수적으로 들어가며, SK하이닉스가 HBM 1위 업체인 만큼 구글을 포함한 모든 AI 칩 개발사에 계속 HBM을 공급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 시장에서는 삼성전자는 올랐고 SK하이닉스는 내렸다.
국내업계에서는 구글 텐서 칩의 부상이 탈 엔비디아 흐름과 맞물려 삼성전자 파운드리 수주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엔비디아는 25일(현지시간) 공식 엑스(X) 계정을 통해 “구글의 AI 분야 진전을 환영하며 계속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업계보다 한 세대 앞서 있으며, 모든 AI 모델을 구동하는 것은 우리 플랫폼뿐”이라고 강조하며 구글을 견제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