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내년 4차례 정상회담 새 질서 모색

2025-11-26 13:00:02 게재

무역·안보 재편 ‘큰 그림’

트럼프-시진핑 ‘빅딜’ 신호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년 최대 4차례 대면 회담을 예고하며 ‘빅딜’ 가능성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국빈 방문을 포함한 정례 회담 구상은 단순 외교 일정 조율을 넘어 양국 간 구조적 갈등을 새로운 틀로 재조정하려는 정치적 신호로 읽힌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내년 중 두 차례 국빈 방문을 진행하고, 미국 G20 회의와 중국 APEC 회의에서도 회동할 수 있다”며 “네 차례 회담은 미중관계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올린 글에서 “시 주석이 내게 내년 4월 방중을 요청했고 이를 수락했다”며 “그는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나의 손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로써 미중 정상은 같은 해 상대국을 방문하게 된다. 이는 2017년 마러라고 회동과 베이징 국빈 방문 이후 약 8년 만의 장면이다.

이번 정상외교의 핵심은 단순한 ‘관계 개선’이 아니다. 양국이 실제 교환 가능한 패키지를 두고 ‘빅딜’을 모색하는 데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이제 우리는 큰 그림(big picture)을 바라볼 수 있다”고 언급했고, 시 주석도 “협력하면 모두에게 이롭고 싸우면 모두가 다친다”고 화답했다. 이는 관세 문제, 공급망 안정, 군사 긴장 완화 등 미중 간 갈등 지점을 일괄적으로 조정하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양측은 이미 지난달 부산 APEC 회담에서 펜타닐 전구물질 차단과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일부 반도체 수출 규제 조정 등에서 부분적 합의를 도출했다.

베센트 장관은 “중국은 향후 3년 반 동안 미국산 대두 8750만톤 이상을 구매할 예정이며, 그 일정대로 이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미국은 펜타닐 관련 관세 10%포인트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이번 정상 간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프레임워크’를 설명했고, 시 주석은 “공정하고 구속력 있는 협정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경제 협상에 더해 국제 안보 질서 재편 논의까지 포함된다는 점에서 ‘확장형 빅딜’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중국이 강조한 대만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신화통신은 트럼프가 “미국은 중국에 있어 대만 문제의 중요성을 이해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미중 정상 간 묵시적 교환 조건 중 하나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대만과의 군사적 긴장을 낮추는 미국의 태도를 협상의 핵심 보장으로 간주하고 있다.

경제·안보 전방위에서 빅딜을 추진하더라도 미중의 근본적인 패권 경쟁 구도는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서로의 정치적 필요—트럼프의 재선 전략과 시 주석의 국내 경제 관리—에 따라 전략적 협력을 선택할 경우 한시적이라도 충돌을 조율하는 ‘관리형 경쟁’ 국면이 형성될 수 있다.

2026년 미국의 G20 개최지로 예정된 플로리다 도랄, 중국의 APEC 회의장인 선전 등 다자무대를 포함한 연쇄 회담은 이런 빅딜이 구체화될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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