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숲그림책도서관
그림책과 자연이 만든 쉼의 공간에서 함께 읽고 쓰며 성장합니다
표지와 눈 마주치는 전면서가 도입·‘들-산-숲길-숲속’에서 만나는 책들 … 라오스에 6개 도서관 조성·어린이들과 그림책 만드는 활동도
문화체육관광부는 10월 22일 제62회 전국도서관대회·전시회 개회식에서 2025년 도서관 운영 유공 우수도서관으로 48곳을 선정하고 정부포상 등을 수여했다. 대통령 표창 2곳, 국무총리 표창 6곳, 문체부 장관 표창 33곳, 교육부 장관 표창 7곳이 선정됐다. 25일 문체부 장관 표창을 받은 인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을 탐방했다.
강화도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언덕 아래 조용히 자리 잡은 도서관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문을 열면 바람 냄새와 나무 냄새, 그리고 1만2000권의 그림책이 맞아준다. 도서관을 지키는 고양이들도 함께한다.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은 그림책 도서관으로 그림책과 자연을 통해 정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함으로써 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최지혜 관장은 “한 권의 그림책을 숲속 나무 그늘 아래에서 바람을 느끼며 보는 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최 관장은 공공도서관 대학도서관 등 여러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했고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을 사립 작은도서관으로 운영하고 있다.또한 최 관장은 ‘바람숲 도서관’ ‘도서관 할아버지’ ‘도서관 고양이’ 등을 펴낸 그림책 작가이기도 하다.
◆네모난 창은 또 하나의 그림책 =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의 시작은 작은 규모였다. 2014년 3000권으로 출발했다. 이후 책과 도서관을 아끼는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해졌다. 그때 도서관 인근 주민이 찾아와 “도서관 덕분에 아이들 웃음소리를 다시 듣게 됐다”면서 인근 부지를 매입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줬다. 이후 설계는 공간건축의 기부를 받았고 시공 단계에서는 후원자들의 십시일반 후원을 받았다. 재능기부를 한 이들도 여럿이었다. 그렇게 최 관장은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을 아끼는 이들과 함께 지금의 도서관을 만들어냈다.
도서관 내부는 ‘들–산–숲길–숲속’ 구조로 이어진다. 들과 산에는 일반 창작 그림책이, 숲길에는 시 역사 과학 인권 지리 그림책이 자리한다. 숲길을 따라 들어간 숲속에는 영유아 대상의 그림책을 비롯해 자연 생명 음악 미술 등을 다룬 그림책이 자리한다.
대부분의 책들은 전면서가 방식으로 꽂혀 있다. 그림책의 표지가 그대로 보이도록 한 방식이다. 또한 책 등에는 주제별로 색깔을 구분한 색띠가 붙어 있어 이용자들이 주제별 책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예컨대 ‘인권’은 분홍색 띠를 둘러놓았다.
최 관장은 “지금은 전면서가를 쓰는 도서관이 많지만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이 문을 연 12년 전에는 거의 시도된 적이 없었다”면서 “그림책은 표지의 그림이 아름다워 그림책 표지가 잘 보이도록 해서 이용자들이 원하는 그림책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전면서가에 가득한 그림책 표지들은 그 자체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의 따뜻함과 다정함을 온전히 담아낸다. 원목으로 구성된 계단형 공간과 아기자기한 조명, 창으로 들어오는 사계절의 자연이 휴식을 더한다. 네모난 창은 구름과 하늘, 달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그림책으로 자리한다.
‘옛이야기’ 방에는 많은 옛이야기 그림책들과 함께 최 관장이 펴낸 다양한 그림책들이 비치된 별도 전면서가가 마련돼 있다. 또한 이곳에는 도서관에서 느낀 점을 이용자들이 편안하게 남길 수 있도록 공책이 놓여 있다. 이용자들은 읽은 책의 감상을 남기기도 하고 창밖으로 펼쳐지는 자연의 변화를 기록하기도 한다.
◆직접 만든 그림책이 출판되기도 = 이 도서관엔 다양한 이들이 찾는다. 어린이와 함께 방문하는 가족 단위 이용자들은 물론 성인 그림책동아리, 교사, 사진 동아리, 그림책 작가들도 방문한다. 2016년부터 이어진 그림책 모임 ‘그림책 시시콜콜’의 활동은 여전히 활발하다. 이들은 한 달에 한 권씩 그림책을 소개하고, 그림책과 함께 소개 글을 적어 ‘시시콜콜 픽(PICK)’이라는 이름 아래 별도 서가에 전시한다. 최 관장은 “그림책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기 자신의 이야기로 이어지면서 때로는 박장대소가 터져 나오고 어떤 날은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그림책을 매개로 교류하면서 친목을 다지고 다양한 시각을 갖게 되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대표 프로그램인 ‘그림책 공작소’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그림책을 만든다.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은 강화교육지원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데 강화도 내 지역 학교에 찾아가 학생들과 그림책을 만드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들을 통해 한 아이는 도서관에서 읽은, 동물행동연구학자에 관한 그림책에서 영감을 받아 병아리를 주인공으로 한 그림책을 만들었고, 이 그림책은 실제 출판까지 됐다. 또 다른 학생은 다문화 가정 어린이로 언어가 서툴러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나 그림책 만들기에 참여하며 글과 그림에 흥미를 갖게 됐다.
최 관장은 “어머니가 외국인으로 언어를 많이 어려워하던 학생이었는데 그림책 만들기를 하면서 글에 대한 재미를 붙였다”면서 “글을 쓰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졌고 ‘네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 뭐야?’라고 물으면 본인이 만든 책이라고 답한다”고 말했다.
◆“이대로 잘 운영됐으면” =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은 해외에서 꾸준히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2013년 라오스 여행 중 비어 있는 책장을 본 뒤, 최 관장은 “언젠가 라오스 도서관의 책장을 채워주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다. 이후 2016년부터 지금까지 6개 학교에 작은 규모의 그림책도서관을 조성했다. 1000여권의 그림책을 지원했으며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학교에는 태양광 전기를 설치하고 책장 바닥 공사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라오스 아이들과도 그림책 만들기를 진행한다. 아이들이 그림책 작가와 함께 그린 원화를 한국에서 편집, 인쇄해 그림책으로 제작해 선물하는데 그 책들은 라오스 공공도서관에도 기증된다. 최 관장은 “전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라오스에서도 한국 문화와 한국어로 된 그림책들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면서 “라오스 재능기부를 진행할 때면 많은 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후원을 하는데 이를 기반으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은 사립 작은도서관으로 후원을 기반으로 운영되기에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따른다. 최 관장은 마지막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항상 있다”면서 “늘 이대로 잘 운영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은 네이버예약을 통한 예약제로 운영된다.
내일신문·한국도서관협회 공동기획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사진 이의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