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정당민주주의의 진짜 의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당 지도부를 누가 결정할 것이냐를 둘러싸고 내부 분란을 겪고 있다. 한쪽에서는 당심을 강조하며 당원 100~70%를, 다른 한쪽은 민심을 내세워 당밖의 국민참여 비율이 최소한 50% 이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교롭게도 그들 모두 정당민주주의를 명분으로 삼는다. 하지만 이런 식의 문제만 갖고 정당민주주의를 운운하는 게 타당할까?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정당민주주의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짚어봐야 한다.
정당민주주의는 정당이 정치과정 전반에 걸쳐 인민의 주권자적 위상과 역할, 즉 정치적 주체성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지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다. 따라서 작금의 정당정치 현실에서 정당민주주의를 운운하기 위해서는 정당이 ‘인민의 지배’라는 민주주의의 제1원리를 어떻게 구현해 갈 수 있는 지에서 찾아져야 한다.
현대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인민이 원칙적으로 정치의 주체임을 전제한다. 현대 민주주의 정치체제는 인민주권 사상에 바탕함으로써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통치체제이기 때문이다. 인민(the people)이란 사회구성원 중 다수를 차지하는, 그러나 부와 권력을 보유하고 있지는 못한 ‘보통 사람들’을 가리킨다.
그런데 인민의 지배가 실제 이루어지기 위해선 그들이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 과정에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인민을 정치 주체로 만드는 제도가 정당
하지만 미국의 정치학자 샷츠슈나이더의 언명처럼 인민은 ‘절반의 주권자’일 따름이다. 실제로 인민은 현대 민주주의 정치체제가 전제하고 있는 원칙과 달리 정치의 주체가 되기 어렵다. 다른 무엇보다도 사회경제적 삶의 곤궁함 때문에 정치의 주체가 되는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얻는데 여러 제약이 따른다. 특히 한국의 경우처럼 인민의 다수가 장시간 노동에 따른 시간적 제약으로 인해 정치활동에 필요한 자원을 동원하기 위한 관계를 형성하기가 어렵다.
정당이 등장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정당은 첫째, 인민에게 공공문제와 관련한 ‘정보를 얻는 지름길’이 되어줌으로써, 둘째, 정당활동가나 정치엘리트가 될 기회를 제공함으로, 셋째, 인민 다수의 지지와 참여에 바탕해 정부의 활동을 책임지거나 견제하는 역할을 하면서 인민을 정치의 주체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제도다. 따라서 정당민주주의란 정당이 인민을 ‘유권자-정당활동가 및 정치엘리트-다수자’와 같은 경로와 방식을 따라 정치의 주체로 만듦으로써 작동하는 민주주의다.
하지만 정당의 존재 그 자체가 자동적으로 인민에게 공공문제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인민을 정당활동가나 정치엘리트로 육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정부를 책임지거나 견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에 앞서 인민이 정당을 통해 공공문제에 관한 정보를 얻고자 하고 정당활동가나 정치엘리트가 되겠다는, 또 다수를 이루어 정부를 책임지거나 견제하는데 영향을 끼쳐야겠다는 의사나 의지를 가져야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는 그럴 수 있다는 인식과 믿음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정당은 그러한 의사와 의지, 그리고 인식과 믿음을 형성하기 위해 유인(incentive)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정당을 통한 정보의 획득이나 정치참여 역시 인민에게 비용의 지불을 요구함으로써 곤궁한 사회경제적 삶에 부담을 지우는 것이기 때문에 특히 그러하다.
그런만큼 정당은 유인의 제공을 통해 인민들이 사회경제적 삶의 곤궁에도 불구하고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정당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럴 때에 인민은 그러한 유인을 따라 정당가입 등의 형태로 정당과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정치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권력 가진자들의 당권장악 게임으로는 안돼
하지만 당심을 강조하는 쪽이든 민심을 강조하는 쪽이든 이를 제대로 살피는 논의를 제시하고 있지 않다. 단지 정청래냐 아니냐, 친윤이냐 아니냐라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진 이미 권력을 가진 자들끼리 벌이는 당권장악 게임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다.
정당민주주의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 문제, 즉 인민을 실제 정치주체로 만드는 것에 기여하느냐의 문제, 또 그것을 위한 유인 제공의 역량을 어떻게 갖출 것이냐의 문제를 갖고 논의를 벌이는 것으로 게임을 바꿔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당심이든 민심이든 다 허튼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