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대형화재, 44명 사망·279명 실종

2025-11-27 13:00:04 게재

비계 자재·화재 경보 시스템 부실 논란 … 실종자 많아 피해는 갈수록 커질 듯

26일 홍콩 타이포의 왕푹코트 주택단지에서 여러 건물 외벽의 대나무 비계를 따라 번진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6일 오후 2시 52분경 홍콩 신계 북부 타이포 지역 고층 주거단지 ‘웡 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최소 44명이 사망하고 279명이 실종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구조는 계속 진행 중이며,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 중 7명은 위중한 상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AP, 로이터, 성도일보 등은 현지 소방당국 발표를 인용해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27일 새벽 샤틴 지역 프린스 오브 웨일스 병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재 화재는 기본적으로 통제됐지만 아직 전면 진압된 것은 아니다”라며 “이 사건을 대형 재난으로 간주하고 정부 역량을 총동원해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 장관은 또 “우선순위는 생존자 구조와 부상자 치료이며 재난 대응을 이유로 입법회 선거 관련 활동도 중단했다”고 말했다. 12월 7일로 예정된 선거 일정의 연기 여부는 향후 검토될 예정이다.

화재는 처음 1급 경보로 시작됐으나 오후 6시 22분 최고 수준인 5급 경보로 격상됐다. 이는 2008년 몽콕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5급 화재 이후 17년 만의 일이다. 당시 사고로 4명이 사망하고 55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번 웡 푹 코트 화재는 그보다 훨씬 많은 인명피해를 낳았다. 현장에는 소방차 128대, 앰뷸런스 57대, 소방대원과 경찰 등 총 1200여명이 동원됐다.

화재는 외벽 보수 공사 중 설치된 대나무 비계와 녹색 안전망 그리고 창문 틈을 막기 위해 사용된 스티로폼 자재 등을 통해 순식간에 번진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소방청장 앤디 융은 “비계와 자재들이 불을 복도와 창문을 따라 연쇄적으로 확산시켰다”고 밝혔다.

홍콩 경찰은 공사를 담당했던 ‘프레스티지 건설’ 이사 2명과 기술 컨설턴트 1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했다. 크리스 탕 보안국 장관은 “건설사 측의 중대한 부주의가 대형 참사를 야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건축자재와 시공 과정에 대한 형사 수사를 포함한 전면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화재는 단지 내 8개 동 중 7개 동으로 불길이 번졌고, 4개 동은 새벽 무렵 진화됐지만 나머지 3개 동은 여전히 불길에 휩싸인 상태다.

구조대는 건물 저층부터 상층부로 순차적으로 진입하고 있으며, 일부 건물은 23층 이상까지 불이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염과 연기, 고온으로 인해 상층 진입이 지연되면서 생존자 구조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화재 경보 시스템의 작동 미비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SCMP 보도에 따르면 다수 주민이 “화재 당시 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았고 경비원이 문을 두드려서야 화재 사실을 알았다”고 증언했다.

화재 발생 직후 인근 초등학교와 커뮤니티센터 등이 임시 대피소로 개방돼 약 900명이 대피했다. 또 정부는 1400세대 규모의 임시 및 전환 주택을 긴급 확보해 거주 지원에 나섰으며 정신건강 상담과 기초 생활물품도 함께 제공 중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화재 직후 성명을 통해 “홍콩 정부에 전폭적인 지원을 지시했으며,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지시했다.

홍콩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대나무 비계와 불연 자재 기준을 포함한 건축 안전 규정 전반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할 예정이며 유사 사고 방지를 위한 시스템 전면 점검을 예고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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