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미 미국 노동임금 12% 대체 가능”

2025-11-27 13:00:04 게재

MIT 보고서의 경고

사무직·금융·행정이 영향권

MIT가 미국 전역 노동시장을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한 결과, 현재 상용화된 AI 기술만으로도 미국 전체 임금의 11.7%가 대체 가능한 상태라는 분석이 나왔다. CNBC가 26일(현지시간) 보도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약 1조2000억달러 규모로, 기술 업종을 넘어 금융·사무·전문 서비스 등 광범위한 직군이 이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은 MIT와 미 에너지부 산하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가 만든 노동시장 시뮬레이터 ‘빙산 지수(Iceberg Index)’를 기반으로 했다. 이 도구는 미국 노동자 1억5100만명을 개별 단위로 재현해 어떤 업무가 AI로 대체 또는 보조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연구진은 “현재 드러나는 기술 분야 중심의 구조조정은 빙산의 꼭대기일 뿐”이라고 설명하며, 컴퓨팅·IT 분야의 직접적인 AI 영향은 전체 임금 가치의 2.2%(약 2110억달러)에 그친다고 밝혔다. 겉으로 보이는 변화는 제한적이지만, 실제로는 인사·사무 업무·물류 계획·금융 분석처럼 반복성과 규칙성이 강한 업무에서 더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AI가 미국 50개 주 전역에서 도시와 비도시 지역을 가리지 않고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존 통계로는 이 변화를 거의 포착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실업률, 평균 소득 같은 전통 지표는 AI가 만들어내는 기술 기반 변동의 5%도 설명하지 못한다. 연구진은 “AI의 영향은 경제 전반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지만 기존 지표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일부 주정부는 실제 정책 수립에 이 지수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테네시는 빙산 지수를 인용해 주정부 AI 노동 전략 보고서를 발표했고, 유타와 노스캐롤라이나도 자체 노동 데이터로 모델을 검증하며 시나리오 분석을 진행 중이다. 노스캐롤라이나 주 상원의원 디안드레아 살바도르는 “특정 지역의 직무별 기술 구성과 자동화 가능성을 즉시 확인할 수 있어 지역 노동시장 충격을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연구진도 “주정부가 수십억달러 규모의 재교육·훈련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다양한 가정을 시험해볼 수 있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빙산 지수는 일자리가 언제, 어디서 사라질지 예측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현재 AI 시스템이 어떤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진’에 가깝다는 것이다. 실제 고용 충격은 업종, 투자 속도, 기업 전략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금융·행정·사무직 비중이 큰 한국 노동시장에서는 사무 기반 직무가 AI 도입의 영향을 먼저 받을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기술 업종에 국한된 변화가 아니라, 눈에 띄지 않는 영역에서 조용한 업무 재편과 인력 수요 감소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어 더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MIT 연구진은 “AI 기반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며 대응이 늦어질수록 지역·계층 간 격차는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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