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AI 대신 증시 최대 수혜주 부상
임상 성공에 M&A 호조 속
10년 만에 최고 비중 기록
금리 부담이 큰 바이오테크놀로지(바이오테크) 기업들이 뉴욕 증시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연내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헤지펀드들이 바이오테크 주식 매수에 발 빠르게 나선 것이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공지능 관련 종목에 대한 과열 우려가 커지면서 방어적 성격이 강한 헬스케어 기업들이 이달 증시의 최대 수혜주로 떠올랐다. S&P 500 헬스케어 지수는 지난 25일까지 이달에만 10% 뛰며 다른 10개 섹터를 모두 제쳤다. 같은 기간 S&P 500 전체 지수는 오히려 1.1% 내렸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29% 급등하며 헬스케어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했다. 리제네론, 머크, 바이오젠도 10월 말 이후 최소 18% 이상 올랐다.
이 같은 급등세 뒤에는 헤지펀드의 공격적인 매수가 있었다. 골드만삭스 프라임브로커리지(헤지펀드에 자금 대출부터 거래 집행, 리스크 관리까지 제공하는 종합 서비스)에 따르면, 미국 헬스케어 섹터는 4주 연속 헤지펀드가 가장 많이 사들인 업종이었다. 특히 지난주에는 최근 5년 중 가장 큰 규모의 매수세가 몰렸다. 뮤추얼펀드도 동참하면서 헬스케어 비중은 S&P 500 내 지수 편입 비중을 넘어섰다.
알파인우즈캐피털의 사라 헌트 최고시장전략가는 “시장 일부가 지나치게 비싼 수준까지 오르면서 투자자들이 가치주를 찾고 있다”며 “인공지능 거품 우려도 겹쳤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리서치업체 피보탈패스에 따르면 헬스케어 지수는 9월까지 3개월간 13% 상승했다. 조너선 캐플리스 최고경영자는 “임상 성공, 인공지능 기반 연구개발, 인수합병 증가 등이 맞물리면서 펀드매니저들이 헬스케어에서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가 별도로 발표한 분기 보고서에서도 자금 이동은 뚜렷했다. 보고서는 4분기 초 펀드들이 지난 10년 중 가장 높은 헬스케어 비중을 기록한 상태로 출발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초기 단기 급등을 제외하면 최근 가장 높은 수준이다. 3분기 동안 펀드들은 헬스케어 비중을 260bp 늘린 반면, 소비재 비중은 비슷한 폭으로 줄였다.
개별 종목으로 보면 머크는 11월 들어 23% 올랐다. 시장이 주력 항암제 키트루다 이후의 성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한 데다 최근 인수 및 임상 성공 사례가 더해진 영향이다. 리제네론은 자사 안과 치료제의 고용량 제형에 대해 규제당국 승인을 받으면서 21% 뛰었다. 경쟁사 로슈와의 경쟁 구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암젠 역시 분기 실적이 예상을 웃돌면서 이달에만 14% 상승했다.
라운드힐파이낸셜의 데이비드 마자 최고경영자는 “헬스케어는 오래 부진했지만 매출과 이익에서 실질적 전환점이 나타나고 있다”며 “밸류에이션 부담도 크지 않아 실적 개선기에 저평가된 종목을 살 수 있다는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헬스케어 종목들은 향후 12개월 예상 이익 대비 18.7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S&P 500의 22.1배보다 낮다.
특히 자금 이동은 바이오텍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바이오텍은 최근 임상 혁신, 인수합병 회복, 인공지능 기반 신약 개발 확산의 수혜를 입었다. 알나일람은 골드만삭스가 선정한 ‘라이징스타’ 목록 최상단에 올랐고, 아비백스, 나테라, 시다라 테라퓨틱스가 새롭게 헤지펀드 선호 종목군에 포함됐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