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후드, 거래소 매수…고위험 투자 수혜주
파생상품 거래소 사들여
옵션·암호화폐로 매출 70%
미국에서 개인투자자의 단기·고위험 투자 열풍이 다시 거세지면서 온라인 증권사 로빈후드(HOOD)가 그 중심에 서 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로빈후드는 적극적 단타·옵션 투자자를 핵심 고객으로 삼아 고위험 상품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으며, 최근 분기 매출의 절반 이상이 고객 거래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옵션과 암호화폐 거래가 70% 이상을 차지한다. 코로나19 이후 거래량 급감과 게임스톱 사태의 여파를 겪었던 로빈후드는 올해 들어 다시 공격적 투자 수요가 살아나면서 주가가 급등했고, ‘적극적 개인’을 중심에 둔 전략으로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로빈후드는 파생상품 인프라까지 직접 확보하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로이터에 따르면 로빈후드와 서스퀘해나 인터내셔널 그룹(SIG)은 미 마이애미 인터내셔널 홀딩스(MIAX)가 보유한 파생상품 거래소 레저엑스(LedgerX, 현MIAXdx) 지분 90%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레저엑스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승인을 받은 파생상품 거래소이자 청산기관(DCM·DCO)으로, 로빈후드는 이번 인수를 통해 외부 거래소 의존 없이 자체 플랫폼에서 선물·옵션·예측시장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두 회사는 인수한 레저엑스를 기반으로 2026년 새로운 선물·파생상품 거래소를 출범할 계획이다. 거래 마감은 2026년 1분기로 예상된다. 인수 소식이 전해진 26일 로빈후드 주가는 장 초반 7% 넘게 급등했다.
WSJ은 로빈후드가 예측시장(prediction markets)이나 이벤트 기반 파생상품 등 신형 상품군을 더 적극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았다. 자체 인가 거래소를 확보한 만큼 상품 설계와 수익구조를 직접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시기 개인투자자 유입으로 급성장했던 로빈후드는 2021년 게임스톱 사태 당시 거래 제한 논란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제로데이 옵션(0-Day to Expiration, 0DTE 옵션)과 암호화폐 중심의 위험선호가 되살아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로이터는 분석하고 있다. 로빈후드 주가는 올해 3배 이상 뛰었고, 9월에는 S&P500 지수에도 편입됐다. 미국에서는 S&P500 옵션을 ‘매일’ 만기하도록 상시 운영하면서 0DTE 거래량이 폭증했다
일각에서는 개인투자자 중심의 위험선호가 이미 높아진 상황에서 로빈후드의 공격적 확장이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로빈후드는 “차세대 투자자들은 더 다양한 자산과 거래방식을 원한다”며 관련 인프라 구축을 지속할 계획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번 인수는 로빈후드가 단순 주식·옵션 거래 플랫폼을 넘어 본격적인 파생상품 사업자로 변모하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