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심사 공개하니 '이전투구' 사라졌다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
예산소위 3년째 공개 ‘눈길’
“‘예산 심의’라고 하면 ‘대립’ ‘이전투구’ 등의 표현이 떠오르는데 이렇게 투명하고 합리적인 예산심의도 가능하구나란 생각이 들었고 많이 배웠습니다.”
“이번 예산 심의 형식과 문화가 다른 지자체는 물론 대한민국 국회까지 확산되길 희망해 봅니다.”
26일 오후 3시 경기도의회 중회의실.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예산소위원회 심사가 끝난 뒤 산하기관장과 도청 간부들이 돌아가며 소감을 밝혔다. 회의장엔 문체위 소관 9개 산하 공공기관장, 관련 국·과장 실무자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이틀간 진행된 예산소위 계수조정 과정은 이들이 참여한 가운데 ‘공개토론’ 방식으로 진행됐다. 통상 계수조정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국회와 지방의회가 대표적으로 ‘밀실회의’ ‘나눠먹기’ 등의 비판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황대호 문체위원장의 제안으로 3년 전부터 예산소위 심사를 공개 심의로 전환했다. 주민 생활과 밀접한 문화·체육·관광 분야 예산을 ‘진영논리’를 넘어 ‘문화체육관광당’이란 생각으로 진정성 있게 심의해보자는 취지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조미자 부위원장과 오지훈 의원, 국민의힘 소속 유영두 부위원장, 홍원길 의원 등 예산소위 위원 4명도 흔쾌히 동의했다.
계수조정 과정을 공개토론으로 바꾼 뒤로 ‘야합’이니 ‘이전투구’니 하는 말은 사라졌다. 대신 감액된 사업 예산에 대한 집행부의 설득, 진지한 토론, 합의 도출 과정이 정착됐다. 집행부와 산하기관들도 ‘내 사업예산 지키기’에만 몰두하지 않고 다른 사업과의 중복 가능성, 우선순위에서 중요도를 비교해 볼 수 있게 됐다.
경기도 기조실장을 역임한 류인권 한국도자재단 대표이사는 “취임한 지 얼마 안돼 처음 예산소위 심사에 참여했는데 다른 공공기관 예산도 이해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협업이 이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많은 사람이 참여했는데도 회의의 집중도가 높아 놀랐다”고 말했다. 조미자 부위원장은 “통장 비공개로 진행하면 한 부서씩 불러 답변 듣고 여야 위원들끼리 싸우기 일쑤인데 오픈해 놓고 얘기하면 상식에 기반해 상호 입장을 존중하고 양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문체위는 이날 당초 예산안보다 829억원 순증된 6576억여원 규모의 예산소위 수정안을 최종 의결했다. 문체위 예산안은 29일부터 열리는 도의회 예결특위 심사를 거치게 된다.
황대호 위원장은 “주권자인 도민 앞에 권위적인 집행부의 모습을 허물고 갈등과 대립이 아닌 건설적인 토론을 통한 선진정치를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위원님들과 집행부의 노력으로 대한민국 정치에 새 역사를 써가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