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검사 감찰지시 ‘양날의 칼’…사법리스크 부상
본인 재판과 관련된 사안 언급 논란
국민의힘 “재판 개입·권한 남용”
‘항소 포기’ 국조 공방도 이어질 듯
5개의 재판을 안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재판과 연관돼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사건’ 재판기일에서의 검찰 집단퇴장에 대한 감찰지시를 직접 내리면서 논란을 키웠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조작 수사’에 대한 국정조사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당은 범죄 의혹이 드러나면 ‘특검’까지 불사하겠다는 계획이고 야당도 동의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장동’ 등 이 대통령 사법리스크가 중도층 표심에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27일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대통령이 법원 행정이나 검사들의 행태에 대한 법조인(변호사)으로서의 입장을 얘기한 것”이라며 “자신의 재판을 고려한 행보로 읽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오해의 소지에 대해서는 해석의 문제”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7박 8일 해외 순방에서 돌아온 이후 첫 메시지로 특검 피의자 변호사들의 법정 소란·법관 비판과 함께 재판 중 집단 퇴장한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문제는 이 재판이 이 대통령 재판과 연결돼 있는 이 전 부지사의 사건이라는 점이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검찰청 내에서 ‘연어 술 파티가 있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이 대통령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쌍방울이 북한 인사에게 대납토록 했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전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사법부와 법관을 상대로 행해지고 있는 일부 변호사들의 노골적인 인신 공격과 검사들의 재판 방해 행위에 강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다”며 “공직자인 검사들의 집단 퇴정과 같은 법정 질서를 해치는 행위들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엄정한 감찰과 수사를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했다.
또 “검사들이 일종의 집단 퇴정을 하면서 재판을 지연한다거나 이런 부분들 역시도 재판부와 그리고 사법부에 대한 존중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헌정 질서에 대해서 좀 여러 가지 헌정질서의 토대이자 가치를 흔드는 행위라고 보고 그 지시를 내렸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재판 방해 행위’는 이 전 부지사의 ‘술 파티 의혹’과 관련한 위증 혐의 등 사건의 재판 준비 기일에서 검찰이 신청한 증인 상당수가 거부되자 검사들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고 집단 퇴정한 일을 말한다.
이에 앞서 민주당 정치검찰조작기소대응 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재판부 기피신청과 집단 퇴정에 대해 “공소사실과 모순되는 법무부 감찰 자료를 무력화하고 공판을 지연시키려는 부당하고 졸렬한 소송 전략에 불과하다”며 “헌법상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행위이며 공권력이 개인의 인권을 철저히 짓밟는 행위다. 공소권 남용을 (검찰)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은 개별 사건, 그것도 본인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감찰 수사 지시를 내린 것으로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며 ‘명백한 권한 남용’”이라며 “지금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범죄자 단 한 사람을 위해 이 대통령에 대한 재판중지법을 추진하고, 배임죄 폐지를 통한 면소는 물론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외압까지 저지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사법 개입’, ‘재판 개입’으로 평가했다.
또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항소포기 외압이나 조작 수사 의혹을 다룰 국정조사도 다음달에는 가동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관계자는 “민주당은 단독으로라도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이고 대통령실 역시 항소포기 외압 등 모든 것에 대해 국정조사 등을 통해 밝힐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라며 “국민의힘이 조건을 달아 ‘법사위 국정조사’를 수용한 것은 민주당의 단독 국정조사에 참여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정조사와 관련해서 민주당이 남 욱 변호사 등이 폭로한 대로 ‘조작 수사’의혹을 실제로 드러낼 수 있을지 등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반면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는 7400억원대의 범죄수익 추징을 차단했다는 민감한 여론을 부추길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민주당 또다른 핵심관계자는 “수사검사들이 모두 고발돼 있는 상황이고 대장동 사건의 경우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서 과연 국정조사로 무엇을 얻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민주당에게 실익이 없을 수 있다”고 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주도하는 국정조사가 ‘대장동 사건’과 ‘7400억원 항소 포기’를 더욱 부각시키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층을 이탈시켜 민주당에 불리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민주당 내부에서 나오는 이유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