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트먼 “거친 시기 올 것” 위기감
내부 메모서 “구글 뛰어나” “우린 버틸 힘 갖춰” 자신감도
올트먼 CEO는 메모에서 “구글은 최근 모든 면에서 훌륭한 일을 해왔다”며, 특히 대규모 언어모델 개발의 첫 단계인 ‘사전학습’에서 구글이 앞서나가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오픈AI는 GPT-5 개발 과정에서 사전학습 성능 개선에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내부적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후속 모델 ‘샬럿핏’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심화 배경에는 구글의 ‘제미나이 3’ 출시가 있다. eWeek는 24일 보도에서 구글이 자사 검색·워크스페이스·안드로이드 등 방대한 플랫폼에 최신 AI 모델을 직결시키며 “수십억 이용자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네트워크 효과”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는 사용자가 직접 챗GPT를 찾아와야 하는 오픈AI와 대조된다.
또한 사라 프라이어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챗GPT의 이용 지표가 다소 약해졌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반면 구글은 지난 4개 분기 동안 700억달러가 넘는 잉여현금흐름을 확보해, 향후 AI 개발·인프라 투자에서 압도적 자금 우위를 갖고 있다는 평가다.
올트먼 CEO는 그럼에도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그는 메모에서 “우리는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다른 곳에서 훌륭한 모델이 나온다 해도 버틸 힘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다만 동시에 오픈AI가 감당해야 할 과제가 방대함을 토로하며 “최고의 연구소이자, 최고의 AI 인프라 기업이자, 최고의 플랫폼·제품 회사를 동시에 해내야 한다는 점이 힘들다”고 솔직히 적었다. 이어 “초단기 경쟁에 흔들리지 말고, 궁극적 목표인 초지능에 집중해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지금은 잠시 뒤처질 수 있지만, 기술적으로 매우 큰 베팅을 할 시기”라며 “회사 전체의 성과는 여전히 매우 좋다”고도 덧붙였다.
AI 업계에서는 이번 메모가 “오픈AI 독주 체제의 균열”을 인정한 첫 공식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은 올해 AI 연구조직을 통합해 개발 속도를 끌어올렸고, 앤트로픽도 기업용 API 시장에서 오픈AI를 추격하며 경쟁자가 늘어나고 있다.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오픈AI가 다른 빅테크와 달리 자금 조달·인프라 비용 부담이 큰 구조라는 점도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올트먼 CEO는 메모 말미에서 오히려 특유의 낙관을 드러냈다. “힘든 일을 한꺼번에 해야 하는 처지지만, 다른 어떤 회사와도 자리를 바꾸고 싶지 않다”고 적었다. AI 주도권 경쟁이 재점화되는 가운데 오픈AI가 어떤 반격 전략을 내놓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