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조업 사상 최장기간 부진

2025-12-01 13:00:01 게재

서비스업 3년만에 최저, 제조업 8개월째 위축 … 내수부진속 추가부양 희박

중국 남부 광둥성 광저우에 위치한 샤오펑(Xpeng) 계열사 아리지(Aridge) 공장에서 직원들이 전기 플라잉카 ‘랜드 에어크래프트 캐리어(Land Aircraft Carrier)’ 조립 라인에서 작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의 제조업 경기가 올 11월까지 8개월 연속 위축을 이어간 가운데, 서비스업 경기는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FT) 11월 30일(현지시간)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완화됐음에도 전반적인 수요 부진이 중국의 경기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30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2로 전달보다 소폭 올랐지만 기준선인 50 아래에 머물렀다. 비제조업 활동을 보여주는 건설·서비스업 PMI는 49.5로 떨어져 지난달 50.1에서 크게 내려갔다. 비제조업 지수가 50 아래로 떨어진 건 약 3년 만이다.

이 같은 지표는 글로벌 교역 불확실성과 투자 급감 속에서 중국 경제가 11월에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음을 보여준다. 산업생산은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증가율에 그쳤고, 수출도 예상 밖으로 감소했다. 세계 수요가 미국향 선적 급감을 상쇄하지 못하면서다.

통계국 서비스업 조사센터의 훠리후이 책임은 이런 둔화가 계절적 요인과 10월 국경절 연휴 소비 증가 효과가 사라진 탓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지표는 지난달 시진핑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한 뒤 양국이 일부 수출 규제를 유예하고, 중국이 미국산 대두 구매를 재개하는 등 무역 긴장 완화 조치가 이어진 직후 나온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 완화에도 국내 수요 둔화와 구조적 리스크가 전반적인 성장 전망을 짓누르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한편 11월 PMI 세부 항목에서는 철도운송, 통신, 방송, 위성전송 등 기술·인프라 분야 서비스업이 빠른 확장세를 보였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기술 자립 강화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부동산과 가사용 서비스 분야는 50 아래에 머물러 시장 활력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훠 주임은 밝혔다.

중국 정책당국은 산업 내 과잉경쟁과 과잉설비 문제, 이른바 ‘내권화’로 불리는 구조적 왜곡을 완화하는 동시에 소비 위축과 디플레이션 압력, 부동산 침체, 고용시장 약세 등 복합적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10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2.9%에 그쳐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내내 내수 진작을 위해 보조금 지원을 포함한 ‘구형 제품 교체’ 프로그램을 가동했지만, 소비 심리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 정부가 추가 경기부양에 나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블룸버그는 30일 전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5% 안팎 달성이 무난하다고 보면서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이미 9월 말 이후 1조위안 규모의 추가 부양책을 투입했다. 지방정부의 미사용 채권 한도를 활용해 투자와 기업 미지급금을 해소하고, 정책은행을 통한 투자 재원도 늘렸다.

중국 정부는 향후 5년 동안 기술·제조업을 최우선 육성 분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소비 비중을 ‘크게’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올해 경제성장 기여도의 약 3분의 1은 순수출이 차지했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지난 분기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올해 4분기 성장률이 2022년 말 제로코로나 정책 종료 직전 이후 가장 낮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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