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데이터센터 건설, 노동자들에게 ‘골드러시’

2025-12-01 13:00:05 게재

고임금·수당·복지 경쟁…WSJ “전국 건설인력 흡수 중”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미국 전역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수요가 폭증하면서 건설 노동자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월 29일(현지시간) “AI 투자 붐이 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을 촉발하며 숙련공들에게 ‘골드러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오하이오주에서 소규모 도급업을 하던 디몬드 샴블리스(51)는 지난 4월부터 한 데이터센터 현장에서 야간조를 맡아 200명의 용접공·전기공·배관공을 지휘하고 있다. 그의 연 소득은 10만달러(약 1억4700만원)를 훌쩍 넘는다. 그는 “매일 출근할 때마다 믿기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AI 서버를 운영하기 위한 대형 데이터센터는 건물 기초 공사부터 전력 배선, 초정밀 냉각장치 설치까지 공정이 복잡해 공사 기간이 길고 투입 인력도 방대하다. WSJ에 따르면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522개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며, 411개가 추가로 건설되고 있다.

인력 채용 업체 켈리서비스의 제이크 러스와일러 부사장은 “전문 기술을 가진 노동자들의 연봉이 이전보다 25~30% 오른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오리건주의 한 현장에서 전기 안전을 담당하는 마크 베너(60)는 연 22만5000달러(약 3억3000만원)를 번다. 매일 전 직원에게 지급되는 100달러의 현장 수당도 큰 몫이다. 그는 “이게 나의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했다.

전국적인 인력난이 열풍을 더하고 있다. 미국건설업협회는 건설 분야 숙련공이 약 43만9000명 부족하다고 추산했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 건설사들은 경쟁적으로 복지를 강화하고 있다. 시카고의 클룬건설은 냉난방이 완비된 휴게공간과 무료 점심을 제공하고, 애리조나의 선트건설은 보너스와 유급휴가를 새로 도입했다.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선트건설의 채드 벅 사장은 “수요가 너무 많아 매번 공사를 거절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높은 임금은 노동자들의 삶을 바꾸고 있다. 텍사스 애빌린의 한 데이터센터에서 일하는 DPR건설 소속 숀 존스(39)는 이전 직장 대비 약 20% 높은 연 10만달러 수준의 보수를 받는다며 “주택 개조 비용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버지니아 ‘데이터센터 밸리’에서 6개 현장을 관리하는 전기공 앤드루 메이슨(53)은 연 20만달러(2억9400만원) 이상을 벌고 있다. 해당 지역 전기노조 신규 견습생은 올해 615명으로 작년보다 늘었고, 교육 과정을 마치면 시급이 60달러(약 8만8000원)까지 오른다.

일자리 안정성도 큰 매력이다. 선트건설 소속으로 3개 현장을 관리하는 마이클 담메(43)는 연 20만달러를 벌며 “예전엔 일이 끊길까 봐 저축부터 했지만, 지금은 구인 연락이 끊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건설사는 아예 원격 프로젝트 관리자를 채용해 현장 출장이 필요할 때만 비행기로 보내는 방식까지 도입했다.

WSJ는 “AI 시대의 데이터센터 건설 경쟁이 미국 숙련공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지금은 노동자들이 확실한 승자”라고 평가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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