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약 전쟁’에 뜨는 방산 스타트업

2025-12-01 13:00:04 게재

카리브해 단속 위해

드론·AI 투입 확대

신생 업체들에 호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카리브해와 남부 국경을 중심으로 ‘마약과의 전쟁’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면서 미국의 첨단 방산 스타트업들이 뜻밖의 호황을 맞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월 29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중국·우크라이나 등 미래 분쟁을 겨냥해 개발된 드론·센서·AI 알고리즘이 이제 ‘마약 테러’ 대응 장비로 재탄생하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미군이 남쪽으로 관심을 돌렸고, 방산업체들은 전혀 다른 유형의 전쟁에 필요한 도구를 팔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지난 9월 이후 소형 마약 운반선에 대한 공습까지 감행하며 강경 작전을 펼치고 있고, 이는 관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2015년 설립된 드론 업체 쉴드AI다. 중동에서 미군 정찰을 돕는 목적으로 출발했지만,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 종료 후 방산 계약이 급감하면서 재정난을 겪었다. 그러나 최근 마약 단속 작전에서 쉴드AI의 드론이 존재감을 키우며 새로운 시장을 확보했다.

쉴드AI의 수직이착륙 정찰 드론 ‘V-BAT’은 지난 11월 미 해안경비대가 플로리다 포트에버글레이즈에서 약 2만7000kg의 코카인을 압수한 작전에 직접 투입돼 핵심 역할을 했다.

해안경비대 로봇·자율시스템 책임자인 앤서니 안토놀리는 “V-BAT은 올해 초부터 10억달러(약 1조4700억원) 이상 규모의 마약 압수에 기여했다”며 “드론 1대가 소형 쾌속정 10대 몫을 한다”고 평가했다.

WSJ 보도에 따르면 V-BAT은 약 1000해리(약 1850km)를 비행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해안경비대는 450만 제곱마일(약 1170만㎢)에 달하는 광대한 해역을 감시하고 있다. 안토놀리는 “사람과 함정만으로는 이 임무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보기술 스타트업 바네바 랩스도 AI 기반 데이터 분석 기술로 미국 정부의 마약 공급망 추적과 여론 모니터링을 돕고 있다. 회사의 오브리 메인스 이사는 “마약 단속 임무는 예상치 못한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스타트업들에게 마약 단속은 기존 전장보다 훨씬 단순한 임무라는 점도 시장 확장의 원인으로 꼽힌다.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전파 교란이 심하지 않고, 대만 유사시를 대비한 장거리 작전도 필요 없다. 멕시코 국경에서 발견되는 밀입국용 드론 상당수가 중국산 시판 모델이라 제압이 어렵지 않다는 점도 부각된다.

미국 정부도 관련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방부 산하 국방혁신단은 지난 9월 “사람에게 과도한 위험을 주지 않으면서 소형 선박을 멈출 기술”을 제안하라며 스타트업 공모를 진행했다. 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예산에서 향후 10년간 국토안보부에 1650억달러, 국방부에 10억달러, 해안경비대에는 추가로 40억달러를 배정해 국경 감시 기술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마약 단속을 ‘테러와의 전쟁’ 수준으로 규정하며 예산을 대폭 투입하는 만큼, 드론·AI·데이터 플랫폼을 앞세운 신생 방산업체의 성장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WSJ는 “이 시장은 지금 미국 안보 논쟁의 중심에 있다”며 “많은 돈이 걸려 있다”고 강조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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