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지지율 가파른 추락
경제 실망·무당층 이탈
내년 11월 중간선거 비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최근 주요 여론조사 기관들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집권 2기 들어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경제 불안과 고물가, 강경한 이민 정책이 유권자들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11월 3일부터 25일까지 미국 성인 13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6%로 전달보다 5%p 하락했다. 이는 그의 2기 취임 이후 최저치다. 반면 부정 평가는 60%로 6%p 증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47%의 지지율로 2기를 시작했으나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다른 조사들도 마찬가지다. 로이터 통신이 입소스에 의뢰해 11월 14일부터 17일까지 실시한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38%로, 같은 달 초보다 2%p 하락했다. 또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유거브의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국정 운영이 올바른 방향인가’라는 질문에 긍정 응답이 31%에 불과했다. 이는 이달 초보다 8%p 낮아진 수치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경제’ 특히 ‘물가’ 문제를 지목한다. 갤럽 조사에서 경제 분야에 대한 긍정 평가는 36%로, 트럼프 대통령의 전반적인 지지율과 같은 수준이었다. 중동 정세, 연방 예산, 우크라이나 사태, 보건의료 정책 등 다른 주요 분야에 대한 평가도 30%대 초반에 머물렀다. 보수성향의 매체인 폭스뉴스 사용자 대상 조사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뚜렷했다.
11월 19일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경제 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는 38%에 그쳤고, 부정 평가는 61%에 달했다. 관세 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는 35%, 보건의료 정책은 34%에 머물렀다. 경제 회복을 기대했던 유권자들이 실제 성과에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조지워싱턴대 정치경영대학원의 토드 벨트 교수는 정치전문매체 더힐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바이든 정부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길 기대하며 트럼프를 선택했지만 그는 그것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관세 문제를 ‘방 안의 큰 코끼리’에 비유하며 모두가 알고 있지만 외면하고 있는 핵심 문제라고 평가했다.
무당층과 라틴계 유권자의 이탈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다. 갤럽 조사 기준 무당층의 지지율은 한 달 전보다 8%p 하락한 25%로 1기 집권 시기를 포함해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당적이 없는 유권자들은 중도 성향이 강하고 선거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들의 이탈은 정치적으로 큰 타격이 된다.
라틴계 유권자 사이에서도 반감이 확대되고 있다. 퓨리서치센터가 11월 24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라틴계 응답자 4923명 중 65%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특히 불법 이민자 추방이 ‘너무 많다’고 느낀다는 응답은 71%에 달했다. 라틴계 유권자는 전체 미국 유권자의 약 15%를 차지하는 중요한 집단이다. 이들의 지지가 흔들릴 경우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판세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중간선거에서 연방 의회의 상·하원 모두에서 공화당의 다수당 지위를 유지해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지지율 급락과 유권자 기반의 흔들림은 그런 계획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지면 공화당 내부에서도 트럼프 리더십에 대한 강한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