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일탈회계 중단했지만 ‘보험계약자 몫’ 논란은 지속

2025-12-02 13:00:01 게재

삼성전자 지분 매각 계획 없어, 배당금 ‘부채 아닌 자본’으로 분류 유력

금감원, 유배당보험계약 주석에 공시 조치 … ‘계약자 몫’ 재무제표에 표시

삼성생명이 국제회계기준(IFRS17)에서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일탈회계’를 유지해왔지만 금융당국이 이를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국제회계기준의 일반 원칙으로 복귀하는 것이지만 삼성생명이 유배당 보험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할 배당금을 재무제표에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할 가능성이 높아 사회적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1일 금융감독원은 회계기준원과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질의회신 연석회의’를 열고 생명보험협회의 계약자지분조정 회계처리(일탈회계) 질의에 대해 “현 시점에서 일탈회계를 중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금감원은 일탈회계 중단과 관련한 답변을 생명보험협회에 회신하기로 했다.

그동안 삼성생명 등 국내 생명보험사는 유배당보험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할 배당금액을 재무제표에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별도 부채 항목으로 처리(일탈회계) 해왔지만, 더 이상 ‘계약자지분조정’ 항목을 쓸 수 없게 됐다. 국제회계기준은 유배당 보험계약에서 발생할 배당금에 대해 관련 현금흐름을 추정하고 가정과 위험을 반영한 할인율을 사용해 부채를 측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다만 운용하는 보유자산이 처분되거나 경영진에 의해 자산의 구체적인 처분계획이 수립된 경우에만 해당 자산의 예상 처분손익을 포함해 보험부채를 측정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유배당보험계약자가 낸 보험료로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처분 의사를 밝히거나 구체적인 처분계획을 수립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로 ‘보험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할 것이 유력해 보인다. 일탈회계 중단은 2025년 결산분 부터 바로 적용된다. 그렇게 되면 올해 9월말 기준 계약자지분조정으로 표시된 ‘보험계약자 몫’ 12조8000억원은 삼성생명의 자본으로 잡히게 된다.

보험계약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배당금을 자본으로 분류할 경우 삼성생명은 일탈회계를 정상화하기는 했지만 금융소비자보호에 역행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하지 않으면 보험계약자들은 배당을 받을 수 없고 결국 보험계약자들이 모두 사망하면 그 이익은 모두 삼성생명에 귀속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삼성그룹의 현재 지배구조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다.

금감원은 계약자지분조정 항목이 없어지더라도 보험계약자의 몫을 재무제표에 별도 표시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일탈회계를 중단하는 경우 국내 생명보험사는 K-IFRS 원칙에 부합하도록 재무제표를 표시하고 주석을 공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K-IFRS를 적용해 측정한 유배당보험계약을 다른 보험계약과 구분해 재무제표에 표시하고 △보험업 관련 법규 요구사항 △금리 변동 위험 영향 등 유배당보험계약이 기업의 재무상태, 재무성과 및 현금흐름에 미친 영향을 재무제표 이용자가 평가할 수 있는 정보를 주석에 기재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일탈회계 중단은 회계정책의 변경에 해당하므로, 회계처리 변경에 따른 정보이용자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교표시되는 전기재무제표를 재작성하도록 할 예정”이라며 “계약자 배당은 기초서류 및 관련 법규 등에 근거해 실현이익 발생시 지급하는 것으로, 일탈회계 중단시 회계상 표시가 변경되더라도 계약자보호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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