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글로벌 현황
빅파마 기술 이전 확대, 성장 동력 확보 나서
중국 신약 공급처로 급부상 … 2026년도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계속 주목
제약바이오통계에 따라 올해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상업적 성과를 살펴보면 2025년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주요 제약사들의 연구개발 투자는 확대됐다. 2025년 초부터 11월 말까지 글로벌 거래규모는 약 2000억달러로 36%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중국은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의 혁신신약 승인 증가와 켈룬바이오텍, 아케소 등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로 구조적 전황의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중국 바이오기업은 글로벌 신약 후보물질의 중요한 공급처로 부상하고 있고 빅파마들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한편 경구용 ‘글루카곤 유사펩타이드-1’(GLP-1)제제의 상용화로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시장은 내년에도 여전히 높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새로운 기전 치료제들의 상업성 확대는 차기 파이프라인들에 대한 글로벌 거래 대상 선정과 규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약바이오 글로벌 성장둔화에도 세계적 거래 규모는 2000억달러로 늘어났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지속적인 연구개발투자 결과, 2026년 대형기술 이전과 공동개발 등 분야에서 성과를 보일 전망이 나온다. 다만 비만·대사질환 치료제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주력 제품들의 특허 만료가 예상되는 노보 노디스크 엠에스디 비엠에스 레제네론 등이 어떻게 선전할지도 주목된다.
2일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제약바이오 연구원에 따르면 2026년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은 빅파마의 저상장 국면 탈피와 정책 리스크 완화, 신약 탄력 회복으로 점진적 반등이 예상된다.
◆항암제-비만시장 강세 이어질 전망 = 최근 제약바이오 분야는 항암제와 비만치료제 등이 연구개발 및 상업적 강세를 이어왔다. 이런 강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항암제의 경우 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시장에 변화가 진행 중이다. 미국 엠에스디가 개발한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의 특허는 2028년 끝날 예정이다. 면역관문억제제 개발사들은 특허 만료를 앞두고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피하주사(SC)제형의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키트루다큐렉스가 지난 9월 미국 식품의약국에 승인을 받았다.
엠에스디는 향후 1~2년 내 환자 중 30~40%는 기존 정맥주사(IV)에서 피하주사제형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한다. 2026년 키트루다 피하주사제형 매출 추이는 국내 알테오젠의 기업가치 평가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앞서 피하주사제형을 출시한 비엠에스는 2024년 말 옵디보 큐반틱의 FDA 승인 후 판매 중이다. 머크와 같이 향후 피하주사제형이 정맥주사제형의 30~40%대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한다. 면역질환분야에는 염증성장질환(IBD) 치료 시장은 바이오시밀러 출시로 매출이 감소 혹은 정체되고 있다. 일라이 릴리는 옴보를 2023년 FDA 승인 받아 판매하고 있으나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다케다제약도 경쟁심화로 성장률이 떨어졌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에서는 ‘신생아 Fc 저해제’ 잠재력이 주목받고 있다. 중증근무력증 치료제 비브가르트는 2025년 4월 약물이 미리 채워져 있어 사용자가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프리필스시린지’형으로 출시돼 고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비만치료제 시장 게임체인저가 될 경구제형이 내년에 출시될 예정이다.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가 2025년 8월 FDA 승인을 받아 가장 먼저 상용화될 예정이다.
하지만 일라이 릴리의 오포글리프론 출시로 급성할 전망이다. 오포글리프론은 직접 비교 임상을 통해 경구용 세마클루타이드 대비 임상적 이점이 있음을 증명했다. 저분자 화합물로서 생상성, 복용 편의성에서도 우위에 있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경구용 비만치료제들 중 일부는 위장관계 부작용으로 인해 개발을 중단하거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임상 초기 단계 파이프라인들이 상업화되는 시점에는 세마글루타이드 제제들의 제네릭들이 출시되면서 비만치료제들의 가격이 큰 폭 하락할 수 있다.
◆ADC치료제 엔허투, 이중항체 성장세 지속 = 글로벌 항체-약물 접합체(ADC)치료제 시장에서 엔허투(HER2)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다수의 고형암으로 적응증을 확대하면서 ADC치료제 시장에서 엔허투 매출액은 2025년 3분기 10억달러로 추정된다.
엠스디는 키트루다를 대체하기 위한 핵심 파이프라인 하나로 sac-TMT를 개발 중이다. 단독 혹은 키트루다 병용요법을 평가하는 글로벌 임상 3상을 다수의 암종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초기 단계 파이프라인 중 존슨앤존슨과 리가켐의 ADC 후보물질 LC884, 익수다와 리가켐의 LCB이 해당 분야에 가장 뛰어날 가능성이 있는 유망 파이프라인으로 기대된다.
고형암 분야에서 이중항체 치료제들이 성장 중이다. 총 15개 의 이중항체 치료제 중 8개가 혈액암 치료제다. 2025년 3분기 누적 매출액 기준 여전히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 황반변성치료제 바비스모가 이중항체 시장 내 각각 43%, 28%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향후 고형암 치료제를 통해 이중항체 시장의 성장이 가속될 전망이다.
2024년 9월 중국 아케소가 개발한 이보네스시맙이 중국 임상3상에서 키트루다 대비 무진행생존기간을 49% 감소시킨 데이터를 발표했다. 써밋 테라퓨틱스의 이보네스시맙 도입 후 글로벌 빅바마들은 총 200억달러가 넘는 규모로 ‘Pd-1×VEGF 이중항체’ 기술을 도입했다. ‘Pd-1×VEGF 이중항체’는 모두 중국 바이오제약사들이 개발 중이어서 향후 유의미한 임상 결과에 따라 중국 기술의 입지 강화가 전망된다.
올해 6월 FDA는 ‘키메라항원 수용체 T세포(CAR-T)’치료제의 부작용 보고 및 관리 프로그램을 완전 폐지했다. 이 치료제의 처방 증가가 가속화 될 전망이다. J&J와 레전드의 카빅티는 유의미한 전체 생존율을 개선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25년 3분기 누적 매출 기준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J&J 카빅티의 최대 매출은 50억달러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큐로셀이 2026년 최초로 림카토를 상업화 예정이다.
◆미국 빅파마들 신성장 동력 필요한 상황 = 미국의 글로벌 빅파마들은 신성장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저성장 국면을 경험하고 있는 빅파마들은 블록버스터 제품의 특허 만료와 2026년부터 시행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약가 인하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까지 특허 만료로 인해 매출액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은 키트루다를 보유한 MSD(머크)다. BMS의 엘리퀴스, 오비보와 J&J의 임브루비카와 다잘렉스 등 주력 제품들도 2026~2030년 내 특허가 만료돼 매출 감소 가능성이 생긴다.
2026년 인플레이션감축법의 시행으로 10개 의약품의 약가가 인하될 예정이다. 그후 2027년 2028년 대상 의약품도 확정된다.
빅파마들은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 파이프라뿐 아니라 유망 바이오텍을 인수 합병하거나 외부 파이프라인을 도입하는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25년 1~11월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간 기술이전 계약이 2000억달러 이상으로 체결됐다. 전년 대비 36% 이상 늘었다. 빅파마들의 전략은 다수의 소규모 계약보다 기술력이 검증된 기업과 대규모 파트너십을 통해 가치 창출을 극대화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기술이전 계약 부분에서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기술이 떠오르고 있다 2025년 체결된 새로운 기전 항체 계약은 약 680억달러 수준이다. 심혈관-대사질환 치료계 계약 규모는 420억달러 규모다.
◆중국, 글로벌 신약 후보물질 공급처로 부상 = 글로벌 기술 이전 계약 내 중국 개발 파이프라인 비중이 5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 간 체결된 10억달러 이상의 기술 이전 계약 가운데 중국이나 홍콩 소재 기업들이 개발한 파이프라인에 대한 계약 규모는 850억달러를 넘어선다. 특히 ADC, 다중항체 계약에서 중국 관련 계약 비중은 각각 86%, 75%을 차지한다. 향후 중국 기업들은 항체 치료제 시장에서 우월한 입지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내 10억달러 이상 규모의 계약을 두 건 이상 체결한 중국 기업으로는 항서제약(160억달러), 이노벤트(120억달러), CSPC제약(60억달러), 한소제약(40억달러) 등이 있다.
2025년 연초부터 3분기까지 중국 바이오제약 기업들이 글로벌 바이오제약사들과 체결한 기술이전 계약건수는 30건이 넘고 계약규모는 약 900억달러를 넘었다.
3SBio는 2025년 5월 화이자에 임상3상 진입 예정인 SSGJ-707(Pd-1×VEGF 이중항체)를 총 60억5000만달러에 기술이전했다. 비상장사인 상하이 아고, 상하이 보왕 파마가 각각 RNA치료제를 2024년 1월, 2025년 9월에 노비티스에 각각 42억달러, 54억달러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중국 바이오산업 성장이 가속화된 이유에 대해 권 연구원은 중국 내 임상 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정확도를 높이고 초기 상용화와 근거 생성 가속화를 들었다.
대규모 치료 미경험 환자들이 많아 환자 모집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2~3배 빠르다. 개발 사이클이 단축됐고 운용 비용과 디지털 운영의 효율성이 높다. 빅파마들이 특허 절벽을 대비하기 위해 중국 소싱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에서 진행되는 임상 개수가 미국의 임상 개수를 2024년 넘어섰다. 2040년 미국 FDA 승인 중 중국에서 개발된 치료제들의 비중이 35%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권 연구원 등은 ‘바이오제약 2026년 연간전망’ 리포터에서 중국기업의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세에 대해 “중국은 매년 40개 이상의 혁신신약이 승인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중국 내 상업화로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글로벌 빅파마와 기술이전-공동개발을 통해 해외시장 진출을 가속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홍콩의 유망제약바이오기업은 △항서제약 △비원메디슨 △한소제약 △이노벤트 △사노바이오 △켈룬바이오 △아케소 △CSPC파마 △우시XDC △트렌스테라 △포순제약 △3SC바이오 등이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