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 매파 전환…엔 캐리 청산 공포
금리인상 가능성에 글로벌 시장 ‘요동’…채권·주식·가상자산까지 위험 회피 확산
블룸버그 통신 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금리인상의 득실을 검토해 적절히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완만한 기조를 유지하던 일본은행이 본격적인 정책 정상화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우에다 총재 발언 직후 일본 2년물 국채금리는 2008년 이후 처음으로 1%를 넘어섰고, 금리스왑시장은 19일 BOJ 정례회의에서 금리인상 확률을 약 64%로 반영하고 있다.
엔 캐리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미국·유럽·신흥국 등 더 높은 수익을 제공하는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빌린 자금의 이자 부담이 적어 ‘싸게 조달해 비싸게 투자하는’ 구조가 가능했고, 이로 인해 일본은 글로벌 유동성 공급의 중요한 출발점이 됐다. 그러나 일본 금리가 오르면 이 전략의 부담이 커진다. 투자자들은 빌린 돈을 상환하기 위해 해외 자산을 매각하고 엔화를 다시 사들여야 하며, 이 과정에서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다.
시장은 우에다 총재의 발언에 즉각 반응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1일자 보도에 따르면 엔화는 달러 대비 약 0.6% 강세를 보였다. 캐리트레이드 청산 시 가장 먼저 나타나는 흐름이 바로 엔화 매수 증가다. 주요국 장기 국채금리도 일제히 상승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하루 만에 4.09%로 0.08%p 올랐고, 독일 10년물도 2.75%까지 뛰었다. 일본 금리인상 시 일본 기관투자자들이 해외 채권 매입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채권금리 상승은 곧바로 주식시장 부담으로 이어졌다. FT는 나스닥지수가 0.4%, S&P500지수가 0.5% 하락했다고 전했다. 장기금리 상승은 기업 가치 평가 할인율을 높여 성장주의 밸류에이션(주가평가)을 압박한다. 최근 AI 붐 속에서 급등했던 기술주에서는 차익 실현 움직임이 두드러졌고, 유럽과 아시아 시장도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가상자산 시장의 충격은 더욱 컸다. 1일 미국 투자전문지 IBD는 비트코인이 약 6% 떨어진 8만5000달러대까지 밀렸다고 보도했다. 가상자산 시장은 유동성이 얕고 단기투자 비중이 높아 금리·환율 같은 거시 변수에 민감하다. 일본발 금리 충격에 더해 일본 정부의 암호화폐 양도차익 20% 단일세율 검토, 중국 당국의 단속 강화 보도까지 겹치며 매도세가 가팔라졌다.
시장에서는 BOJ의 정책 변화가 실제로 시작될 경우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엔 캐리트레이드가 본격 청산되면 일반적으로 엔화 강세, 주요국 금리 상승, 주식·가상자산 조정이 차례로 나타난다. 일본이 글로벌 채권·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정책 변화의 충격은 단기 이벤트로 끝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달에는 주요 중앙은행 일정이 집중돼 있다. 일본은행은 18~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 정상화 여부를 결정하고, 미국 연준은 9~1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향후 금리 방향을 논의한다. CME 페드워치는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87.6%로 제시하고 있어, 일본은 긴축, 미국은 완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양국 정책이 정반대 방향으로 향할 경우 엔 캐리트레이드와 글로벌 자금 흐름은 한층 더 크게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