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영 인수철회’ 소송, 서울우유 2심 승소
인수예산 150억원 확보 후 철회된 사건
법원 “대의원회 부결로 철회 … 불법 아냐”
‘공장 인수의향서’를 작성하고 인수예산까지 배정했더라도 최종 의사결정 기구인 대의원회 부결로 인수의사가 철회됐다면 이를 불법행위로 볼 수 없어 손해배상 등 책임이 없다고 2심 법원이 판단했다.
서서울우유협동조합은 1986년부터 40년가량 납품해 온 삼영의 팩(우유 종이용기)공장을 150억원에 인수하려 했으나 대의원회 부결로 철회했다. 이에 삼영은 인수철회가 불법행위라며 손해배상과 함께 보증금반환 소송을 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합의16부(김인겸 부장판사)는 주식회사 삼영이 서울우유를 상대로 제기한 보증금 반환 등의 청구소송에서 1심 원고 일부 승소를 뒤집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삼영은 2020년 문진섭 서울우유 조합장에게 팩 사업부문과 구미공장 인수를 제안했다. 양측은 2021년 11월 사업 인수의향서를 작성했다. 이후 서울우유측은 2022년 1월 임시대의원회 결의로 사업인수 예산 150억원을 확보했으나 2023년 9월 대의원회에서 인수안건이 부결돼 인수의사를 철회했다.
삼영은 “인수철회는 계약 교섭과정에서 임시대의원회 결의 등 원고에게 제공한 계약체결에 대한 정당한 신뢰를 부당하게 파기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반발하며 2024년 2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삼영은 “2022년 5월부터 피고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과의 팩 물품공급계약을 더 이상 갱신하지 않고 구미공장 임차인들과의 임대차계약도 중단했다”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약 36억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심 법원 모두 서울우유의 삼영 구미공장 인수철회에 대해 “불법행위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가 임시대의원회 예산 결의만으로 사업인수가 확정된다는 신뢰나 기대를 원고에게 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인수절차에 확정적인 의사합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고가 2023년 8월 경영상 중대한 사유가 발생해 피고에게 물품구매계약 해지를 요청했다”며 “피고는 원고가 계약상 팩 납품을 중단하고 공장을 폐업한 원고의 귀책사유로 이 사건 계약을 적법하게 해지했다”고 지적했다.
1심도 “피고의 (인수) 최종 의사결정은 어디까지나 이사회와 총회(대의원회) 의결을 통해 이루어진다”며 “이 사건 사업인수의 성사에 관한 정당한 신뢰가 원고에게 제공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원고의 질권(피담보부 채무, 보증금) 해지 청구에 대한 판단에서 1·2심이 엇갈렸다. 1심은 “사업인수 교섭이 비교적 장기간인 2년여에 걸쳐 진행됐다”며 “원고가 피고에게 팩을 공급할 수 없게 된 것을 오로지 원고의 책임으로 돌리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물품구매계약의 계약보증금(2억6500만원)의 40%인 1억6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돌려주라”는 취지의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물품구매계약은 원고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지될 경우 계약보증금이 피고에게 귀속된다고 정한다”며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1억600만원을 초과하는 질권의 해지 절차도 청구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시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