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 손잡은 민주당, ‘계엄’ 손잡은 국민의힘
정청래-장동혁, 강성지지층 힘으로 당선
대립구도 바로잡을 ‘다른 목소리’ 약화돼
12.3 비상계엄 이후 1년 동안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인용, 조기대선, 3특검 가동, 재판으로 이어지면서 정치양극화가 더욱 격화되고 있다. 거대양당의 지도부가 강성지지층과 손잡고 당선되면서 ‘대화와 타협’은 뒤로 밀렸고 극단적인 대립구도 속으로 휘말려 들어갔다.
국민의힘은 계엄을 품은 채 탄핵의 끝을 놓지 않고 더불어민주당은 ‘개딸’(개혁의 딸)로 대표되는 강성지지층과 유튜버들의 영향력 자기장 속에 깊숙이 들어가는 모습이다.
2일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 지지층이나 소속 의원들도 계엄이 정당했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탄핵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의견이 많아 보인다”며 “탄핵을 반대하는 영남지역 의원들이 다수인 상황에서 현재의 장동혁 지도부의 선출 과정에서도 친윤 그룹과 강성지지층들의 영향력이 작동한 결과였다고 보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 어렵거나 굳이 그럴 생각을 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내부의 현실을 보면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을 요구하는 세력이 강하지 않다는 얘기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내란에 대해 동조하거나 묵인하는 블록자체가 응집되고 있다”며 “윤 어게인 세력과 그것을 주창하는 정치인이 결착돼 있어 극단화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될 때를 보면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는 유승민 등 싸울 에너지가 있었지만 현재의 국민의힘에는 대의원이나 당원들을 결집해 직접적으로 행동으로 옮길 만한 세력이 보이지 않는다”며 “그러다보니 계속 극단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또 “지도부의 리더십과 행보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더라도 이를 행동으로 조직할 수 있는 독자적인 에너지가 없다보니 외부에서 볼 때는 ‘윤 어게인’파만 보이는 것”이라며 “장동혁 대표를 선택하면서 사실상 다른 선택지를 포기한 꼴이 됐다”고 했다.
민주당은 강성 지지층들의 목소리에 포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비상계엄 이후 강성 지지층 중심으로 ‘내란세력 척결’과 ‘검찰개혁’ 요구가 강하게 제기됐다. 이들은 여야 원내대표간 합의했던 ‘윤리위 구성’과 ‘특검의 수사기한 연장 등을 뺀 수정안’ 처리를 모두 파기시켰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 교수(선거학회장)는 “민주당 지도부가 국민의힘을 민주주의의 적인 내란세력으로 몰면서 대화와 타협의 공간을 없애버렸다”며 “강성지지층 주도의 당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만흠 전 국회 입법정책처장은 “강성 지지층이 국회의장, 원내대표뿐만 아니라 당대표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공천에 깊숙하게 관여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는 이재명 대통령의 당대표시절부터 꾸준히 강화돼 왔다”면서 “이제는 강성지지층의 입맛에 따라 당이 운영될 정도로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라고 했다.
해법이 보이지 않는 게 문제다. 거대양당 지도부 모두 ‘강성지지층’의 힘으로 당선된 상황에서 지지층들과 선긋기보다 오히려 더욱 ‘밀착’할 가능성이 크다. 박 교수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거나 그 이후에야 지방선거 결과를 가지고 돌파구를 찾으려고 하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