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확산에 컨설팅계 대졸 초임 3년째 동결
“신입채용 줄고 경력직 선호”
AI가 고용 지형 바꾸고 있다
AI 도입 속도가 빨라지면서 글로벌 컨설팅 업계의 대졸 채용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맥킨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베인앤드컴퍼니는 2024~2026년 신입 컨설턴트 초임을 3년 연속 동결했다. 전통적으로 대규모 신입 채용을 유지해온 업계가 AI 확산 속에 ‘주니어 중심 피라미드 구조’ 자체를 재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취업 컨설팅업체 매니지먼트컨설티드에 따르면, 맥킨지·BCG·베인의 미국 대졸 채용 패키지(연봉+보너스)는 13만5000~14만달러, MBA 출신은 27만~28만5000달러 수준에서 변동이 없었다.
매니지먼트컨설티드 최고운영책임자 나만 미안은 “AI 도입으로 적은 인력으로도 더 많은 작업이 가능해져 초임에 하향 압력이 생기고 있다”며 “전문 서비스업과 기술업에서 AI의 실질적 영향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빅4 회계·컨설팅 기업(딜로이트, EY, KPMG, PwC) 역시 초임을 2022년 이후 줄곧 동결하고 있다. PwC는 올해 영국 신입 채용을 축소했으며, 2026년까지 전 세계 인력을 10만명 늘리겠다는 기존 목표도 달성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PwC 글로벌 회장 모하메드 칸데는 FT에 “AI가 직원 생산성을 높였고, 앞으로는 전통적 문과·상경계 출신보다 엔지니어 등 기술 인재를 더 많이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신입 채용 자체도 줄고 있다. 빅4 임원 두 명은 FT에 “내년 영국의 대형 회계·컨설팅 회사들의 대졸 채용 규모가 절반 가까이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부진 요인도 있지만, 상당 부분은 “AI 도입 효과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기업 내부에서 데이터 정리, 연구, 파워포인트 제작 등 그동안 주니어 컨설턴트들이 맡아온 업무를 AI가 빠르게 대체하면서, 기업들은 신입보다 경력직·전문직을 더 선호하게 됐다. 미안 COO는 “기술·AI 도입 프로젝트가 늘어 23세 신입보다는 경험자를 투입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향후 고용의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알릭스파트너스 공동대표 롭 혼비는 FT에 “산업혁명과 인터넷 혁명에서도 일자리가 줄고 다시 늘기까지의 공백이 있었다”며 “지금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당장 AI가 대체하는 일자리는 줄어드는데,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가 이를 곧바로 만회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컨설팅 업계는 피라미드형 구조 축소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부 기업은 중간 인력을 줄인 ‘모래시계형’, 경험 많은 인력 비중을 늘리는 ‘박스형’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알바레즈앤드마살 유럽 대표 안토니오 알바레즈 3세는 “AI가 주니어 인력 필요를 줄이겠지만, 상위급의 경험·판단 수요는 오히려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기업들은 AI 전환 과정에서 인력을 정리하고 있다. PwC는 백오피스 직원 150명을 감축했으며, 맥킨지는 최근 전 세계 IT직군 200명을 줄였다. 액센추어도 올 8월까지 1만1000명 이상 감원하면서 “AI를 활용할 수 없는 인력은 재배치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AI가 신입 채용을 완전히 사라지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맥킨지 북미지역 의장(North America Chair) 에릭 쿠처는 “AI로 대체할 수 없는 지적 역량은 여전히 필요하다”며 내년 신입 채용을 올해보다 12%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