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대 7로 갈라진 국힘…선거 앞두고 더 큰 갈등 예고
의원 107명 중 30% ‘계엄 사과’ … 나머지 ‘옹호’하거나 ‘침묵’
감사·경선 규칙, 갈등 변수 … “당선 보장 없을 때 가만 있겠나”
국민의힘 의원들이 ‘계엄 사과’를 놓고 3 대 7로 갈라진 모습이다. 소장파와 친한계가 주축인 30%는 공개적으로 사과 뜻을 밝혔지만, 70%에 달하는 친윤·영남권 의원들은 침묵했다. 심지어 장동혁 대표는 계엄을 옹호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당내 갈등이 더 격화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장동혁 “히틀러 꿈꾸는 이 대통령” = 3일 계엄 1년을 맞은 국민의힘은 ‘계엄 사과’와 ‘침묵’으로 명확하게 갈렸다. 당 소속 국회의원 107명 가운데 30% 정도인 30~40명은 ‘계엄 사과’에 나섰다.
재선 의원 모임 ‘대안과 책임’이 주도해 3일 발표한 ‘계엄 사과문’에는 25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계엄을 막지 못한 데 대한 사죄 △윤석열과의 정치적 단절 △재창당 수준의 정당혁신 의지를 밝혔다. 권영세·조경태·박형수·배현진·한지아·김대식 의원 등은 개인적으로 사과 뜻을 밝혔다. 결과적으로 ‘계엄 사과’에 동참한 의원들은 전체의 30% 정도로 추산된다. 대부분 소장파·친한계·비윤으로 분류된다.
나머지 70%에 달하는 70명 안팎의 의원들은 ‘침묵’했다. 중진과 친윤계·영남권이 주축인 70% 의원들은 계엄 1년을 맞았지만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장 대표는 오히려 계엄을 옹호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장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고 강변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계엄 당시 내놓았던 계엄 명분(“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와 폭거로 국정이 마비”)과 닮은꼴이다.
장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에서도 ‘계엄 사과’ 대신 이재명 대통령 비판에만 집중했다. 장 대표는 “대통령이 직접 나치전범 운운하며 국민을 겁박하고 있다. 나치정권의 히틀러 총통을 꿈꾸는 이재명 대통령 입에서 나치전범이란 말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닐 것”이라며 “국민과 전쟁을 벌이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대에 갇힌 당 지지율 = 국민의힘 의원들이 ‘계엄 사과’를 놓고 갈라진 모습을 보이자, 당내에서는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갈등과 분열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장 대표는 3일 “계엄에 이은 탄핵은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던 국민의힘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탄핵’의 책임을 찬탄파(탄핵 찬성파)에게 미루는 뉘앙스로 읽힌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는 최근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이 관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당무감사위는 친한계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검토에도 착수했다. 장 대표가 당무감사위를 앞세워 친한계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는 관측이다.
당권파는 지방선거 경선 규칙도 손 볼 태세다. 기존 ‘당원 50%+국민 50%’를 ‘당원 70%+국민 30%’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원 비율을 높이면 강성보수 성향인 친윤계 후보가 유리해질 수 있다. 당무감사위와 경선 규칙이 당 분열의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장동혁체제 이후 정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11월 25~27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민주당 42%, 국민의힘 24%였다. 장동혁체제 출범 이후 4개월째 20%대에 갇혀 있다. 장 대표가 3일 ‘계엄 옹호’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지지율 정체 현상은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지지율이 장기 정체되면 현역 단체장들의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들이 장 대표를 겨냥한 불만을 쏟아내면 ‘장동혁 리더십’은 기로에 설 수 있다.
권영진 의원은 4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 장 대표를 겨냥해 “걱정이 있다. 앞으로 연말이 지나고 연초가 지나고 그러면서 지방선거가 다가오는데, 이런 노선으로 계속 갔을 때 과연 수도권과 충청권 후보들이 이대로 가서 나 당선된다? 이런 보장이 없을 때 가만히 있겠냐”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지금 여론의 추이나 민심 흐름을 보면 만약에 오늘 선거라고하면 우리는 완패하는 거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더 넓은 민심을 우리가 어떻게 얻을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한 결단과 새로운 변화는 반드시 있어야 된다”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