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자동차 연비규제 대폭 완화
“바이든 기후정책 무력화”
전기차 전환 전략 흔들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랜 기간 미국 기후정책의 핵심 축이었던 자동차 연비 기준을 대폭 낮추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 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주요 자동차업체 경영진들과 함께 새 연비 규제안을 발표하며 가솔린 중심 정책으로 방향을 틀었다.
발표된 규제안은 2031년형 차량의 기업평균연비제(CAFE) 기준을 1갤런당 50.4마일(약 21.4㎞)에서 34.5마일(약 14.7㎞)로 낮추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 확산을 유도하기 위해 강화했던 기준을 사실상 원위치시키는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의 정책은 업체들에게 비싼 기술 사용을 강제해 비용과 가격을 끌어올렸고 차를 훨씬 나쁘게 만들었다”며 “이번 조치로 소비자들은 최소 1000달러를 아낄 것”이라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연비 기준 강화와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를 ‘당근과 채찍’으로 삼아 자동차업계의 전기차 전환을 압박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는 올해 전기차 세액공제와 연비 기준 미달 시 부과되던 벌금을 모두 폐지했다. 이번 발표로 연비 기준 자체가 낮아지면서 규제의 마지막 축까지 흔들리게 됐다.
NYT에 따르면 업계는 규제 완화를 반기면서도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 수십억달러를 들여 전기차와 배터리 공장을 확대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자동차 부품 관세를 강화해 제조 비용을 되레 높여놓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평균 신차 가격은 현재 5만달러를 넘어섰다. 물가 부담이 커진 소비자들은 신규 차량 구매에 더욱 소극적이다.
메리 배라 GM 최고경영자(CEO)는 뉴욕에서 열린 행사에서 “우리는 어떤 규제가 되든 연비 개선을 계속할 것”이라며 “사람들은 정부 혜택이 아니라 성능과 필요에 따라 전기차를 선택한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반면 포드의 짐 팔리 CEO는 백악관 행사에서 “오늘 결정은 상식과 비용 문제에서 큰 승리”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환경단체들은 “이 조치는 차가 더 많은 휘발유를 태우게 해 결국 가계 부담을 키울 것”이라고 반발했다. 시에라클럽의 캐서린 가르시아 국장은 “연비 기준을 깎으면 미국 가정이 더 많은 현금을 태우게 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력·석유·가스 산업 규제 완화도 동시에 추진하며 기후 관련 정책을 광범위하게 되돌리는 중이다. NYT는 “이번 조치는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을 크게 후퇴시키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